세무서장, 검사 그리고 기자 3명이 함께 술을 마시면 과연 누가 계산을 할까? 정답은 이들 3명이 아닌 술집 주인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한 때 회자된 적이 있다. 물론 지어낸 얘기지만 마치 먹이사슬의 메커니즘을 빗댄 것 같아 씁쓸하다.요즘 검찰은 나라종금 수사와 관련해 거물 정치인 등 실세들을 줄줄이 구속하는 개가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검사 20여명이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는 사건브로커와의 유착관계로 감찰을 받는 등 분위기가 여간 뒤숭숭하지 않은 것 같다. 비단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일부 경제 부처 간부들이 산하 공기업에 골프 여행 경비를 부담토록 강요한 일까지 겹쳐 공직사회의 모럴 해저드가 매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물론 공무원이라고 해서 친구도 만나지 말고 얻어 먹지도, 사지도 말 것이며 수도승의 자세로 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도 사람이므로 친분관계가 있는 사람이 밥을 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도의 문제다. 수백만원대의 룸살롱·골프 접대 등 기본적인 수준을 넘어선 접대에는 반드시 속뜻이 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설사 현안이 없다 해도 스폰서들은 검사나 고위 공직자들에게 접대를 하면서 주변에 이를 널리 알려 호가호위를 하는 등 자신을 과시하거나, 이를 미끼로 브로커 노릇을 한다. 결국 이는 접대를 받은 공직자에게 고스란히 화가 됨을 알아야 한다. 필자도 검사 시절 접대를 받아 본 적도 있고, 어느 선배 검사를 따라 접대 장소에 갔을 때 사회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있는 스폰서가 술을 사는 것을 보고 내심 꺼림칙한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접대를 받으면서 자존심이 상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직자들이여! 이 기회에 스폰서문화에서 벗어나자. 점심 자리까지 스폰서를 참석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치졸한 가렴주구의 전형이다. 권력과 재물을 함께 취하려 해서는 안 된다. 당초 자신의 재산이 있지 않은 이상 분수와 정도에 맞게 처신해야 한다. 남이 사주는 룸살롱 술은 독이 될 수 있다. 비록 소주와 삼겹살이라도 내가 사는 것은 '단사표음'(簞食瓢飮)일지언정 오히려 왕후의 밥과 찬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최 용 석 변호사 오세오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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