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가정 세 자매의 각기 다른 삶을 통해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과 결혼관을 들여다보는 SBS 새 일일드라마 '연인'(극본 이금림, 연출 허웅·신윤섭)이 19일 첫 방영된다. SBS는 이웃집에서 일어날 법한 현실성 있는 이야기를 다루되 미니시리즈 스타일의 감각적 연출로 다소 부진했던 일일드라마 시장에서도 성가를 올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방송시간도 타 방송사의 일일드라마와 9시 뉴스 주요 보도 시간대를 피해 오후 9시20분으로 옮겼다.이정길 고두심 김미숙 조경환 이효춘 염정아 등 출연진도 화려하다. 특히 연기자의 기존 이미지와 상반된 세 자매 캐스팅이 이채롭다. 착하고 여려 보이는 이민영(27)이 '사랑과 결혼은 별개'라고 믿는 맏딸 오수희, '올인'에서 나이트클럽 댄서로 눈길을 모은 최정원(22)이 털털한 고시생 수민, 차분한 이미지의 정은경(23)이 철부지 막내 수지 역을 맡았다.
계산적 사랑, 수희-이민영
주말연속극 '흐르는 강물처럼'을 끝내자마자 일일극을 택한 이민영은 "좀 쉬려고 했는데 평소 존경하는 이금림 작가의 작품이고 연기 폭도 넓힐 수 있어 욕심을 냈다"고 말한다.
수희는 장래가 불투명한 영화감독 지망생 윤종태(김승수)와 동거 비슷한 연애를 하다가 부모가 조건을 따져 정해 준 재벌 2세 조진우(이승우)를 남편으로 택하는 계산적인 여자다.
"그동안 착한 여자나 귀여운 푼수 역을 주로 맡아 연기 변신이 쉽지 않다"는 그는 "수희는 영악하지만 나쁜 여자는 아니다. 기존의 선한 이미지가 그런 배역의 성격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감독님의 말에 힘을 낸다"고 말한다.
그의 실제 결혼관은 어떨까. "예전에는 세 끼 다 라면을 먹어도 사랑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현실적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짝도 찾고 싶어요."
우직한 사랑, 수민-최정원
"'올인'의 관능적 댄서는 잊어주세요. 후줄근한 '추리닝'에 슬리퍼 질질 끌고 나와요."
최정원이 맡은 수민은 외모나 남자에는 통 관심이 없고 공부 밖에 모르는 고시생. 고시촌에서 만난 김영규(정소영)와 티격태격 싸우다가 정이 들고 덜컥 임신을 해 부모의 반대 속에 결혼을 강행한다. 그는 "요즘 촬영하는 장면이 죄다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하여튼 왈가닥 그 자체인데 스태프들이 '너, 성격 원래 이렇지'라고 하더라"며 자신의 연기 변신에 흡족한 표정이다.
춤 하나 잘 춰 떴다는 평가와 달리 그는 노력파다. "원래 춤 실력은 그저 그런데 '올인'에 캐스팅된 뒤 기본부터 익히고 피나게 연습했다"는 그는 요즘도 틈만 나면 연기 아카데미에 들러 기본기를 익힌다. "한 컷 한 컷 찍는 미니시리즈와 달리 길게 쭉 가는 장면이 많아 연기하면서 많이 배워요. 반짝 스타가 아닌 힘 있는 연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게요."
나대로 사랑, 수지-정은경
고교 시절 '화이트' CF 모델로 데뷔한 정은경은 드라마로는 '연인'이 네 번째 작품. 연예인을 꿈꾸며 부모 몰래 내레이터 모델 일을 하는 수지는 아버지(이정길)와 남자친구 유지섭(여현수)의 어머니 서미연(김미숙)의 불륜을 안 뒤 방황하면서 성숙해 간다.
"그동안 슬픈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마냥 밝은 철부지죠. 본래 성격이 쾌활한 편이라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드라마에 출연하는 젊은 연기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허웅 PD와 호흡을 맞춘 경험(설 특집극 '도토리묵')이 있는 것도 이점이라면 이점이다.
이영애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데뷔 초에는 좋았지만 이제는 사양할래요. 정은경으로 인정받고 사랑 받으려면 열심히 뛰어야겠죠."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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