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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미정상, 새 이정표 세웠다

입력
2003.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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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북한 핵과 주한미군 및 반미감정 등을 고리로 우여곡절을 거듭해 온 한미관계에 새 이정표가 돼야 한다.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긴밀한 공조다짐은 일각에서 우려했던 안보위기를 해소시키게 될 것이며, 주한미군 재배치 등과 관련된 동맹관계 재확인은 국가신인도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 회담의 성공은 한미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회담 결과는 공동성명에 압축됐다. 북한 핵의 경우, 평화적 수단을 통해 제거돼야 하지만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 증대될 때는 '추가적 조치'의 검토가 이뤄지도록 정리됐다. 주한미군은 이른 시일 내에 용산기지는 재배치하되, 한강 이북의 미군기지(2사단) 재배치는 한반도 및 동북아의 정치·경제·안보 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추진키로 했다.

성명에는 미측 입장이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됐다. 특히 대북정책에서 그렇다. 북한 핵에 대한 추가적 조치의 검토가 있을 수 있다는 대목은 최악의 경우 군사적 제재를 포함한 미국측의 모든 수단을 우리측이 수용했음을 의미한다.

또 남북교류와 협력도 북한 핵 문제의 전개상황을 보아가며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 같은 대북 고강도 압박에 대한 북한측의 반응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측의 신축적 태도는 정상회담에 앞선 노 대통령의 잇단 발언에서 이미 예고됐다. 한미관계의 냉엄한 현실을 감안할 때 불가피하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두 정상이 개인적 신뢰와 우정을 다졌다는 점이다.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국가적 문제 외에도 인간적으로 매우 가깝게 됐으며 더욱 신뢰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도 "중요한 문제에 대해 개인적 우정을 갖고 협의·해결할 수 있음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면서 노 대통령을 '얘기하기가 편안한 상대'라고 평했다. 공동성명은 "양 정상간 개인차원의 상호 신뢰와 존경의 기반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동갑에 직선적 성격을 공유한 두 정상이 심정적 공감대를 확인했다는 사실은 그 의미가 크다. 여기에는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역할이 있었다는 얘기이고 보면, 정상외교에 앞선 정지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달 경제단체 초청으로 방한, 아들과의 회담을 앞둔 노 대통령을 만나 조언을 했다.

노 대통령은 회담의 성공을 위해 기울인 정성과 시행착오를 겸허히 되돌아봐야 한다. 회담에 앞서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미국 조야를 의식한 발언을 해야 했던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야 할 것이다. 회담시간이 37분으로 역대 정상회담 중 가장 짧았고, 방문형식이 국빈방문이 아닌 실무방문으로 결정된 배경도 기억해야 한다.

노 대통령이 귀국 후 방미성과를 설명하고 한미 현안을 풀어가는데 있어 명심해야 할 대목들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스타일이 방미를 계기로 보다 시야가 넓어지고 국제적 감각을 지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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