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그 벌도 흑인만 공격하게 특별히 키운 벌일 걸요." 영화 '내쇼날 시큐리티'(National Security)는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치고, 때로는 흑인이라는 사실을 교묘히 이용하면서 백인을 골탕 먹이는 흑인에 대한 야유가 적잖다. 바로 이 점이 웃음이 원천이 된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영화를 지향하는 이들에겐 불편할 만도 하다.폴리스 아카데미의 학생 얼(마틴 로렌스)은 성적은 우수하나 행동이 방정맞은 탓에 퇴교 당한다. 그를 건드린 자가 있었으니 작전 중 파트너를 잃고 자책감에 빠져 있던 LA 경찰 행크(스티브 잔). 얼을 검문하던 행크는 때마침 날아온 벌을 잡기 위해 뭉둥이를 휘두르고, 이 장면은 전국에 방영된다. '백인 경찰, 흑인 무차별 구타'란 제목으로.
직장을 잃은 행크는 밥벌이를 위해 후추가루 스프레이, 회중 전등, 그리고 유사시 경찰에게 전화할 동전지갑으로 무장한 '내쇼날 시큐리티, 즉 경비원이 되고 역시 경비원으로 일하는 얼을 얼떨결에 다시 만난다.
티격태격하는 둘의 모습과 원수를 찾아 복수를 감행하는 액션이 교차하며 엔돌핀을 자극한다. 두 사람은 CIA에서 첨단 합금 물질을 빼낸 범인들을 추적하면서 원수를 갚기로 한다.
크리스 락과 더불어 흑인 코미디 배우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마틴 로렌스는 이죽거리는 흑인으로 나와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물한다. 행크가 검문을 시작하자 "왜 내가 DWB라서"라고 비아냥 거리는 것조차 우스꽝스럽다. DWB(Driving While Black)는 차 모는 흑인이라는 뜻으로 DWD (Driving While Drunk), 즉 음주운전자를 부르는 단어를 살짝 비튼 것. "드라마 '퀸시'를 보고 경찰이 되려고 했다"는 얼의 말에 "퀸시는 검시관이었다"고 행크가 면박을 주자 "흑인 동네엔 TV가 잘 안 나왔다"고 응수하는 대목 등 인종 문제와 얽힌 웃음 거리가 만발한다.
영화의 미학적 완성도를 중시한다면 '허접한' 영화지만, 경계심을 풀고 즐기기엔 1시간 30분의 러닝 타임이 짧게 느껴지는 오락 영화. 데니스 듀간 감독. 16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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