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의 '짧은 회동'을 놓고 말이 많다. 예정대로라면 노무현 대통령은 15일 아침(한국시각) 단독 정상회담 30분, 만찬 1시간 등 90분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대면하게 된다. 그러나 정상회담의 핵심이랄 수 있는 단독회담 30분은 역대 한미 정상회담을 되돌아볼 때 거의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짧은 시간이다.부시 대통령은 2001년 3월 미국을 찾은 김대중 대통령에겐 단독회담 1시간, 공동기자회견 15분, 오찬 1시간15분 등 모두 2시간30분을 배려했다.
과거 정부에서 청와대 의전을 담당했던 한 인사는 "수행원 소개, 의례적 인사에다 통역까지 감안하면 단독회담 30분은 지나치게 짧다"면서 "난마처럼 얽힌 북한 핵 문제 등 현안을 개진하기도 벅찬 시간"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이 이미 4차례의 전화통화를 통해 유대를 다졌다고 하지만 우리측이 우선적 과제로 내세운 정상간의 신뢰 구축도 물리적으로 무리일 수 있다.
더욱이 미측은 당초 조율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의 일정이 빠듯하다"면서 단독회담을 15분간 하자고 제안, 이를 늘리기 위해 우리 실무진이 진땀을 뺐다는 후문이다. 우리측은 한미동맹 50주년, 미국 이민 100주년, 새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의미를 내세우며 예우를 강조했으나 미측의 반응은 싸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이 바로 만찬으로 연결되는데다 만찬 참석자가 각각 10명 미만이기 때문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밀도 있는 논의가 충분히 이뤄질 것"이라면서 "상황에 따라 단독회담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회담시간을 30분으로 한 것은 미국측이 현정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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