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부산항에 이어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경인ICD)까지 '물류대란'에 휩싸이자 피해가 전 산업으로 확대되면서 가동중단, 생산감축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경련과 한국무역협회 등 재계 단체들과 각 기업들은 매일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라면서 한숨만 내쉬고 있는 실정이다.무협은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9일부터 닷새 동안 4억5,000만달러의 운송 및 선적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14일 밝혔다. 부산항은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환적화물항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한진해운은 이날 부산항에 입항 예정이던 바이칼세나토호의 기항지를 중국 상하이로 옮기고 당분간 부산항의 환적화물 처리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현대상선은 일단 광양만을 활용하기로 했으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기항지를 중국이나 일본으로 옮길 계획이다.
중국의 차이나쉬핑도 상황에 따라 기항지를 부산항에서 다른 곳으로 완전히 옮기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의 피해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수출지연과 원자재 공급 부족으로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 생산감축에 들어가는 등 피해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자, 화학, 섬유 등 각 업종의 피해는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다.
전자업계는 오리온전기 구미공장이 중국으로부터 브라운관용 유리를 수입하지 못해 13일 한때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는 등 대부분의 업체들이 생산 감축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는 12일부터 냉장고 생산라인인 광주공장의 퇴근 후 2시간 잔업근무를 중단한데 이어 이번 주말 예정된 특근도 철회할 방침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용인공장의 잔업근무를 없앴다. 미국 투자업체인 GE코리아도 원료수송과 제품 출하 문제로 16일 밤 11시부터 19일 오후 3시까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충주공장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키로 했다.
타이어업계의 누적피해는 500만달러에 이른다. 경인 ICD의 화물수송 차질로 삼성전자, LG전자, SKC 등 경인지역 업체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중소기업은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한 원단수출업체는 납기지연으로 바이어가 납품 단가인하를 요구하기 시작하는 등 34만달러의 피해를 입었으며, 수입원자재 공급이 안돼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수송지원이 대기업에 몰리는 등 중소기업은 찬밥신세"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파업이 조금만 더 진행되면 수출과 생산차질로 중소기업들의 줄 파산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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