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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만화] 김원빈의 "주먹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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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만화] 김원빈의 "주먹대장"

입력
2003.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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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공장'이라 불리는 만화. 어른이라고 해서 만화의 판타지를 즐기지 말란 법은 없다. 영원히 늙지 않는 어린이의 모습, 인간이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환상일지도 모른다.김원빈(金原斌· 필명을 '김소암'으로도 씀· 68)선생의 '주먹대장'은 한국판 '피터팬 만화'의 원조로 꼽아 도 부족함이 없다. 주먹대장은 커다란 눈망울의 동그란 얼굴이어서 깨물어주고 싶도록 귀여운 모습의 소년이다. 그러나 불의와 맞닥뜨리면 불 같은 정의의 화신으로 변신한다. 엄청나게 큰 오른손 주먹으로 가공할 위력의 펀치를 내지르며 사악한 어른들을 혼내준다.

'주먹대장'은 최장수 어린이만화 캐릭터로 꼽힌다. 작가의 대표작이자 창작활동 전성기의 대부분을 할애한 30여년 동안 꾸준히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 만화는 처음 1958년에 서점 판매용으로 발표됐다. 64년에는 만화방용 단행본(8권)으로, 73년부터 82년까지는 어린이만화잡지 '어깨동무'에 장기 연재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92년에는 '아이큐 점프'에 연재를 속개해 화제가 됐다. 그래서 김원빈의 '주먹대장'을 기억하는 세대는 지금의 환갑세대에서 20대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를 망라한다.

김 선생은 만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해방 직후 귀국했다. 53년 '태백산백의 비밀'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수많은 타이틀의 다양한 어린이 만화장르를 섭렵했다. 그러나 선생의 창작 성향을 커다란 흐름으로 짚어보면, 주먹대장 류의 '피터팬 만화'에서 오롯하게 솟구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주먹대장을 비롯해 '아기포졸'(1965년), '척척동자 아기'(1967년), '번개동자'(1985년) 등이 그런 성향의 작품이다. 하나같이 환상적 힘을 발휘하는 귀여운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극작가 제임스 베리(J. M. Barrie·1860∼1937)가 쓴 '피터팬,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의 모습이 한국에서는 김 선생의 만화를 빌어 활짝 꽃을 피운 셈이다.

창작은 작가의 혼이 담기는 작업이라 했던가. 김 선생의 심성은 어린이의 그것이라는 게 동료 작가들의 평이다. 그것이 최장수 어린이만화 캐릭터 '주먹대장'을 만들어 낸 힘이었다. 마감을 독촉하러 화실 문밖까지 들이닥친 잡지사 기자를 따돌리기 위해 봉창문을 열어 제치고 지붕위로 달아나다가 붙잡히기도 했다는 '유쾌한 전설'은 만화사에 회자되는 에피소드다. 동료나 후배 만화가들에게는 가슴을 열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맏형이며 언제나 웃음 머금은 얼굴은 유머와 조크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칠순을 바라보는 지금도 현역 만화가로 활동하며 동안(童顔)을 유지하고 있다. 상업주의 시류를 좇아 '돈 되는 만화'만 그리는 일부 만화가들에게는 선생의 외길 만화인생이 하나의 작가주의 '전범'이 되고 있다.

제임스 베리는 "인생이란, 겸손을 배워나가는 기나긴 과정"이라고 설파한 바 있다. 필자가 지난 십 수년간 만나 뵈며 살갑게 느낀 선생의 모습과 어쩌면 그리도 흡사할까!

/손상익·한국만화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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