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밤(이하 한국시각) 미 워싱턴에 도착한 노무현 대통령은 뉴욕에 이어 미국에 대한 고단위의 '우호 발언'을 이어갔다. 노 대통령은 14일 미 상공회의소 및 한미 재계회의가 주최한 오찬 연설에서 "미국에 올 때 머리로 (미국에 대한) 호감을 가졌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으로 호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이어 워싱턴 교민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은 1776년 버지니아 선언, 남북전쟁, 2차 대전 등에서 자유 인권 국민통합 등 보편적인 가치와 민주주의를 내걸고 승리했다"며 "미국은 대단히 부러운 나라이고 정말 좋은 나라"라고 격찬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한국전쟁 등을 상기시키며 "미국은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한 사람이 살고 있는 나라, 자유 정의가 항상 승리해온 나라"라며 "매우 자랑스러운 나라에서 자녀를 키우고 사는 것은 부럽고 자랑스럽고 희망스러운 일"이라며 교민을 격려했다.
노 대통령은 또 "촛불시위에 참석한 우리의 젊은이들이 겪었던 일을 잘 이해하지만 그런 일로 미국을 비난해서 여러분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돌아가서 각별히 설득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거듭된 유화적 발언을 둘러싸고 국내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듯 자신의 발언 배경에 대한 우회적 설명을 시도했다. 노 대통령은 미 상공회의소 및 한미 재계회의 주최 오찬 연설에서 "뉴욕에서 만난 미국의 경제 지도자는 내가 열심히 얘기하니까 마음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여러분의 마음도 움직이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결국 미국에서의 노 대통령의 언행은 첫 상견례를 통해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말끔히 불식시킴으로써 '미국의 마음'을 사려는 목적이 있다는 뜻이다.
노 대통령은 교민 간담회에서 "한국을 떠나올 때는 정말 걱정을 한 보따리 싸 가지고 왔는데 오늘까지 와본 결과 잘 풀리는 것 같다"면서 "물론 가장 중요한 일은 정상회담이지만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고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워싱턴=고태성기자 tsgo@hk.co.kr
● 盧 美관련 발언록
대선후보
―나는 미국에 볼 일 있으면 가고 볼 일 없어도 한가하면 가지만, 국내 정치용으로 사진 찍으러 가지는 않겠다 (4월 서울 지구당 간담회)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며 그것을 요구한다 (12월4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
방미 전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과 미국간에 북한 핵 문제가 잘 풀린 뒤 해야 한다 (2003년 4월15일 취임 50일 기념인터뷰)
―반미는 국가적 관계이며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데 특정 교원단체가 가르쳐도 좋은 것인지 검토하라(4월22일 국무회의 전교조 반전교육 관련지시)
방미 후
―53년 전 미국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저는 지금쯤 정치범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 (13일 코리아 소사이어티 주최 연례만찬)
―미국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 자유와 정의가 항상 승리해온 나라로 대단히 부럽고 정말 좋은 나라다 (14일 워싱턴 교민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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