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굿간 옆에서 태어나 쉰이 넘어서도 마굿간을 지키는 사람.그러나 평범한 마부가 아니다. 자신의 말은 한 마리 없으면서도 1년에 2억원 가까운 수입을 올리는 고소득자.
81년 역사의 한국 경마에서 최다승 기록을 경신하면서 수많은 말과 기수들을 스타로 키운 과천 서울경마공원의 신우철(51) 조교사이다.
현재 기수 2명과 마필관리원 13명, 말 35두로 구성된 34조 마방의 총감독인 신씨의 기록은 공식집계가 시작된 85년 이후만해도 5,310전 689승(승률 13%), 2착 622회(복승률 24.7%)이다. 내달 중 700회 우승 달성이 예상되며 2위(576승)와는 100승 이상의 큰 차이로 독주중이다.
대부분의 조교사가 기수나 관리사 출신인데 반해 그는 아버지가 기수와 조교사를 지냈고, 본인은 육상과 축구선수를 한 이색경력의 소유자이다. 부친은 일제때 13세의 어린 나이로 기수 자격을 따 만주에 가서 활약한 입지전적 인물이고 큰 아버지는 당시 만주의 유일한 한국인 조교사였다.
신조교사는 아버지가 해방되면서 귀국, 서울 신설동 경마장에서 일하던 1952년 마방에 붙어 있는 숙소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다음해 경마장과 함께 뚝섬으로 옮겨져 살았다. 89년 경마장이 현재의 과천으로 이전, 경마장내 숙소가 없어질 때 까지 마방 옆이 그의 집이었던 것.
당연히 경마가 없는 날이면 경주로가 놀이터였고 말이 가장 친한 친구였다. 다섯 살부터 말을 타다가 수없이 차이고 낙마로 팔다리가 부러져 입원하는 사고를 겪었다. 하지만 경주마와 어울린 때문인지 달리기를 잘해 초등학교때는 육상선수로 뽑혔고 강릉농고를 거쳐 대학 2학년까지 축구선수를 했다. 기수를 하면 펄펄 날 것 같았지만 당시만 해도 경마장 종사자의 생활이 여유있는 게 아니라 부모의 반대가 심했다.
군마병 1호로 입대해 다시 3년간 말들과 함께 생활한 그는 76년 12월 아버지가 경마장서 심장마비로 쓰러져 세상을 뜨면서 아버지의 뒤를 잇게 됐다.
1년간 경마과에서 일을 한후 바로 기수양성소 교관을 시작했다. 기수경력은 없지만 말에 관한한 전문가일뿐 아니라 운동선수의 감각까지 몸에 밴 그는 누구보다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
6년의 교관생활 중 키운 기수들이 김점오 김문갑 윤치운 김명국등. 그중 김명국은 한국최초의 영예기수(500승) 칭호를 획득하고 통산 722승을 기록한 한국경마의 대표기수이다. 이들도 지금은 모두 동료 조교사가 됐다.
83년 조교사 생활을 시작해서는 93년부터 96년까지 4년 연속 연간 MVP의 영광을 차지하는 등 탄탄대로를 달렸다. 아버지의 조교사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경제적 여유도 생겼다. 지금도 최근 1년간 성적이 1위이고 2003년 1월과 4월 MVP이다.
조교사가 되어 추첨으로 가장 먼저 인연을 맺은 '남대천'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말이다. 고교시절을 보낸 강릉의 추억을 담아 이름 붙인 두 살짜리 말 '남대천'은 무려 13년간 뛰며 대상경주 2회 준우승을 이뤘다. 역시 대상경주서 2회 준우승한 '오성장군'과 94년 마주협회장배와 일간스포츠배 2관왕을 한 '쇼파라'도 그가 키운 스타.
지금 보유한 말 중에는 '하비동주' '삼매경' '지어지선' '꽃마을'이 승률 90%이상의 듬직한 말이다. 지난 달 뚝섬배 대상경주에서는 1군으로 승군해서 첫 경주에 나선 '삼매경'이 2위를 하고 '지어지선'과 '쾌도난마'가 3,4위를 했다.
'용문산' '카네이션'도 한참 뜨고 있어 앞으로 3∼4년은 문제가 없을 듯 싶다.
'하비동주'는 올해 세계일보배에서 우승한 암말로 힘이 한참 차 올라 다른 암말의 두 배나 되는 하루 40분의 강훈련을 시키고 있다. 18일 열리는 코리안 더비의 우승이 기대되고 있다. '꽃마을'은 작년 가을부터 출주해 승률 100%. '삼매경'은 스포츠투데이배에서 우승한 숫말. 힘이 좋아 주로를 하루 4바퀴씩, 매일 5,000m 이상을 달리는 고된 훈련을 받는다.
신씨는 54명의 조교사중 유일하게 외국산 말을 한 마리도 갖고 있지 않다. "외국산의 기록이 좋지만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갖고 성적내는 것은 찜찜하다. 망아지를 데려다 내가 키워 스타를 만들면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다"는 게 이유이다.
말을 고르는 안목과 조련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는 제주의 생산 농가들을 돌면서 가능성 있는 말들을 점 찍었다가 마주들에게 소개, 15개월때 구입하고 24개월이 되면 데려온다.
조교사들의 말을 보는 취향도 다르게 마련인데 신조교사는 혈통이 중요하지만 일단 왜소한 말은 피하고, 엉덩이가 큰 말을 좋아한다. 뒷심이 좋아 장거리에 유리하다는 것. 또 조급해 하지 않고 완전하게 몸을 만든 다음에 경주에 내보내는 게 말들을 장수시키는 비결이다. 자신이 운동할 때의 경험을 살려 훈련과 경기전 충분한 워밍업(속보)을 해 부상을 최소화하고 말들의 특성을 잘 파악해 기수한테 교육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부상 방지를 위해 말을 한 달에 한번밖에 출전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은 부상으로 축구를 그만 둔 그에게는 법이나 마찬가지이다.
2분내에 끝나는 승부이지만 전력 질주를 한번 하고 나면 마차에 짐을 잔뜩 싣고 8시간 정도 끄는 만큼 체력이 소모된다. 경주후 2∼3일을 끙끙 앓는 말도 있다. 말들이 대부분 서서 잠을 자지만 피곤하면 누워서 자고 코도 곤다. 말의 몸은 나이에 3.5를 곱하면 사람과 같아진다고 한다. 15세이면 사람으로 50대 중반이고 5∼6세까지가 전성기이다. 노쇠한 말들은 때로 노인과 같이 밤새 앓는 소리를 내 마음을 아프게 하곤 한다.
그의 일과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35마리의 말과 일일이 아침 인사를 겸해 눈을 맞추며 눈빛으로 건강을 체크하고 식사량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아침과 오후에 30분씩 하는 운동은 당일 컨디션에 따라 변화를 준다.
건초는 외국에서 최고품을 수입해 쓰고 경기를 마치고 피로회복이 더딘 말에게는 인삼가루와 영양제를 사료에 섞어 먹인다. 초겨울에는 감기예방을 위해 된장에 마늘을 섞어 주고 요즘 같이 더위가 오면 전해질이 땀으로 많이 배출되므로 미네랄과 칼륨을 섞은 설탕덩어리를 빨아 영양을 계속 보충토록 한다.
기수에게서는 운동신경과 성실성을 우선적으로 본다. 승부조작등의 사고에 연루되지 않도록 개인생활을 점검하고 정신교육을 하는 것도 주요업무이다.
항상 기수와 함께 레이스를 녹화한 테이프들을 보며 작전을 연구하는데 배짱이 없어 밀리는 기수와는 절대 같이 일을 못한다.
조경호가 바로 대담하게 승부를 거는 기수이다. 기수양성소 졸업 후 바로 신우철 조교사에게 와 219전 30승에 2착 27회, 승률 13.7% 복승률 26%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현역 최고인 박태종 기수를 이을 신인이라는게 신조교사의 칭찬이다.
그는 "어렸을 때 경마장은 정말 험악한 도박장 분위기였는데 지금 가족단위 팬과 여성이 늘며 건전한 쉼터로 변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경마인이라는데 긍지를 느낀다"며 앞으로 10년 넘게 남은 정년(63세)까지 1,000승을 이루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유석근 편집위원
● 조교사
조교사는 운동팀의 감독과 같은 직책으로 말과 기수의 총관리자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의 경우 54개 마방의 조교사들은 마주들의 위탁을 받아 각기 30여마리의 말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수와는 개인별로 1년 계약을 맺고 있다. 각자가 사업자 등록증을 갖고 있는 개인사업자이다.
운동팀의 감독이 좋은 선수를 스카우트하듯이 마주를 섭외, 우수한 말을 확보한 후 부상없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관리하고 기수와 함께 우승전략을 구상하는게 업무이다.
따라서 조교사들 간에는 능력에 따라 수입의 차이가 많다. 경마상금의 75% 정도가 마주의 몫이고 8% 내외와 출주료가 조교사의 수입이다. 일반적으로 연간 3,000만원에서 1억원을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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