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에 어떤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그는 술자리에서 자기는 음주운전을 술 마시듯 하고도 한 번도 적발된 적이 없다고 자랑을 했다. 차를 가진 이들은 모두 그를 부러워 했는데 그는 우리에게 세상을 슬기롭게 사는 '요령'이 있다고 한참 동안 공짜 공부를 시켜주었다. 사람은 준비를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난 말야. 음주운전을 하다가 단속하는 경찰을 만나면 말야. 지금 아버지가 시골서 돌아가셨는데 회사에서 회식을 하던 중에 연락을 받고 급히 가는 길이라고 해. 보통 이 단계에서 집에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친구는 봐주게 돼 있거든. 약간의 연기를 할 필요도 있어요. 뭐 미리 침을 눈가에 발라서 우는소리를 좀 하면 되걸랑. 이것 가지고도 안 되면 비장한 카드를 꺼내는 거지. 나는 차에다 언제나 두건을 갖고 다녀. 아, 상주가 쓰는, 삼베로 된 거, 그거. 두건을 쓰고 울면서 운전하는 데 음주 단속하자는 인간은 없더라구. 그럼, 무사 통과야. 오케이, 바이바이 하고 가는 거지."
우린 하나씩 자리에서 일어나서 바이바이,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속으로, '그래, 인간아, 너 잘났다' 하면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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