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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과 극장가기 /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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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과 극장가기 /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형사"

입력
2003.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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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슬슬 배우 신하균의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그는 뛰어난 배우다. 작품을 고르는 눈도 있다. 어떤 영화에서건 자기 존재를 각인시키는 매력이 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그가 최근 출연한 작품은 연달아 흥행이 되지 않았다. '복수는 나의 것', '지구를 지켜라'를 통해 그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쌓아올린 대중적 스타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뭔가 '센' 역할에 도전하는 용기를 보여줬지만 대중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 뻔한 멜로드라마 '서프라이즈'도 신하균이 대중적 이미지를 지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신하균의 신작 '화성으로 간 사나이'는 고운 멜로드라마다. 그는 여기서 요즘 보기 드문 순박한 사내를 연기한다. 텔레비전 스타 김희선과 짝을 이룬 이 영화는 곱기는 한데 감정선이 살아나지 않는다. 장진의 시나리오는 좀 느슨해 보이고 김정권의 연출도 치밀한 맛이 없다. 그저 상황이 밋밋하게 흘러갈 뿐이다. 그건 그렇다 쳐도 신하균은 이 영화에서 좀 안쓰러워 보인다. 그가 순진한 청년을 연기하겠다고 하면 순진한 청년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연출과 각본의 약점에 막혀 그의 존재감도 그냥 슬렁슬렁 화면에 묻힌다. 유감이다. '복수는 나의 것'과 '지구를 지켜라'에서 그는 집중력이 출중한 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에너지를 화면에 끌어냈다. 그걸 보는 건 경이로웠지만 그 두 편의 영화에 담긴 폭력 묘사의 강렬한 에너지는 대중 영화로서는 거의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제 신하균은 좀 쉬어가면서 그 자신이나 그의 모습을 보는 우리에게나 편안한 휴식 같은 영화를 하길 바란다. 그는 한국영화의 풍만한 몸체를 위해 일시적으로라도 고꾸라져서는 안 될 배우다. 유감스럽게도 '화성으로 간 사나이'는 그에게나 우리에게나 휴식이 되지 못할 것 같다.

김유진의 형사 영화 '와일드 카드'(사진)는 '살인의 추억'과 마찬가지로 발로 뛰며 쓴 시나리오의 공력이 꽤 느껴지는 영화다. 형사들이 범인을 잡는 이야기야 뻔한 것이라고 하겠지만 한국에는 한국에 맞는 범죄 영화의 특수 상황이 있다. 범인을 쫓을 수 있는 튼튼한 발과 무한한 인내력, 깡패 못지않게 느물거리며 조직 깡패들을 다루는 '섭외력'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에는 대한민국 형사들의 원초적 능력이 적당한 웃음과 페이소스에 버무려져 녹아 들어 있다. 일단, 그것만으로도 돈 주고 영화를 볼 만하다.

김유진 감독의 연출력은 투박, 아니 조악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돌파력이 있다. 잔재주를 부리지 않는 태도에 사람에 대한 애정이 묻어 있는 것이다.

대체로 볼 만하지만 이 영화의 어떤 부분은 눈에 걸린다. 형사들의 연애법을 담은 것은 너무 전형적이어서 닭살이 돋고 퍽치기를 하는 악질 범인을 다루는 태도에도 선악의 이분법적 도식이 목구멍에 가시 걸리듯 불편함을 준다. 그러나 대한민국 형사들의 일상을 건드리는 가운데 문득 그들의 목소리를 끄집어내는 연출에는 진심이 들어 있다. 그게 감동 비슷한 것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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