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 연 이틀 대검과 서울지검, 서부지청 등 검찰 청사에는 각종 사건에 연루된 정치인들이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 월드컵 휘장사업 비리의혹 사건 등은 이제 시작에 불과해 사건 관련 정치인은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교감한 '표적사정'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검찰은 '자율사정'임을 강조하고 있다.정치인들에 대한 비리 수사는 크게 세갈래로 이뤄지고 있다. 검찰은 14일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의혹 사건과 관련, 한광옥 민주당 최고위원을 구속했다. 또 이날 오전에는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을 재소환했다. 더욱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정학모 전 LG스포츠 사장이 소환됨으로써 사건이 어디까지 튈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으로 구속된 염동연 민주당 인사위원과 소환이 임박한 박주선 의원 등 사건 연루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민주당 동교동계 핵심 인물들이다. 더욱이 최재승 의원마저 이날 석탄납품 비리 의혹으로 서울지검에 소환되자, 민주당 일각에서는 "신당 창당 등 정계 개편을 노린 표적수사"라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아직까지 '표적사정'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 부소장을 소환한 것만 봐도 그렇다. 검찰은 최근 안 부소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자, 즉각 보강 수사 입장을 밝히는 등 안 부소장 사법처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는 등 '성역 없는 수사'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K, P, S씨 등 한나라당 의원들도 나라종금 사건과 관련돼 수사 대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검찰이 검사 비리에 대한 내부 감찰을 함께 진행하면서 이번 사정의 동력은 '검찰 자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이에 따라 향후 검찰의 사정작업은 더 강하고 폭 넓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지검의 월드컵 휘장사업 로비 사건의 경우 수사가 본 궤도에 오르기 전에 여야를 망라한 의원 10여명이 수사선상에 오르내리고,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장까지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검풍(檢風)의 방향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형국이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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