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망신?"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콜로니얼 대회 출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내로라하는 남자 선수들의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컷오프 통과도 못할 여자가 도전했다"는 당초의 불쾌감은 "소렌스탐보다 스코어가 뒤지면 무슨 얼굴로 선수 생활을 하느냐"는 두려움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소렌스탐과 한 조로 편성될 경우 첫 날부터 엄청난 미디어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 뻔해 1·2라운드 조편성 결과에 벌써부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콜로니얼 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올린 브라우니(미국)은 14일 "소렌스탐과 같은 조는 물론, 그보다 앞 조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은 수 백명의 취재진이 웅성거리는 상황에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주변의 상황을 모두 잊고 자기 경기를 해야 한다. 소렌스탐에 신경을 쓰는 선수는 컷오프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소렌스탐과 두 차례 경기를 가진 바 있는 데이비드 듀발(미국)도 "선수들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걱정하는 지 모르겠다"며 "그들이 소렌스탐의 컷오프 통과를 어렵다고 본다면 소렌스탐은 걱정할 필요 없는 만만한 선수인 셈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전날 "소렌스탐과 같은 조에 편성되면 대회에 불참할 것"이라고 노골적 불쾌감을 표시했던 비제이 싱(피지)은 소렌스탐에게 사과를 표명하면서도 "3·4라운드 면 몰라도 1·2라운드에서 소렌스탐과 역대 챔피언 중 한 사람인 나를 한 조로 묶는다면 잘못"이라고 말해 여전히 마뜩찮은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에도 불구, 소렌스탐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출격준비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2월부터 체력훈련을 강화한 결과 드라이버샷의 평균 비거리도 지난해에 비해 10야드(275.4야드) 늘었다. 이미 3월에 대회코스를 답사, 코스공략 구상도 마쳤다. 정교한 샷이 필요한 곳인 만큼 공격적 플레이를 자제하고 컷오프 통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렌스탐은 제 실력을 발휘한다면 남자들은 물론 스스로를 놀라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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