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고맙습니다."선생님 3명, 전교생이 19명뿐인 동해의 외딴 섬 울릉도의 천부초등학교 현포분교 초등학생들은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카네이션을 5송이나 준비했다. 2송이는 해군 모 함대 소속의 울릉도 전탐감시대 전탐병 서주현(21·사진 가운데) 일병과 통신병 홍정덕(21) 일병 차지다. 두 사람은 개구장이들에게 무보수로 영어와 컴퓨터를 가르쳐주는 인기만점의 선생님이다.
해군장병들이 현포분교 아이들의 선생님이 된 것은 2001년 5월로 거슬러간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교육을 받지만 지역사정 상 마땅한 선생님이 없어 발만 굴렀다. 이를 안 조용훈 수병(당시 상병)이 영어교사를 자청했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낸 조 수병은 뛰어난 영어 실력으로 단번에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2월 전역한 조 수병은 아이들에게 아직도 마음씨 좋은 '삼촌'으로 통한다.
해군은 지난 해 10월부터 조 수병의 바통을 이을 대상자를 물색한 끝에 서 일병을 2대 영어교사로 발탁했다. 인하대 화공과 재학 중 해군에 지원한 그는 학원 영어강사 출신이다. 1주일에 두 번씩 모두 4시간을 교단에 서는 서 일병은 아이들이 영어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이솝우화 등 익숙한 동화를 교재로 사용한다.
서 일병은 "영어수업을 위해 도서 지역 근무를 권유 받았을 때 솔직히 주저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큰 보람을 느낀다"며 "순박하고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고 말했다.
컴퓨터 수업은 영어교육의 성과 덕에 지난 3월 새로 개설됐다. 대구 영진대 컴퓨터제어학과 재학 중 입대한 홍정덕 일병이 선생님이다. 홍 일병은 자신이 전역하기 전에 전교생이 인터넷 정보검색사 자격증을 따게 한다는 구체적 계획까지 세워놓았다. "벽지에 산다고 아이들이 정보화에 뒤져서는 안되잖아요."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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