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窓]"사회적 가면"을 써야할 사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窓]"사회적 가면"을 써야할 사람

입력
2003.05.15 00:00
0 0

인간은 그 사람이 처한 위치, 상황에 따라 자신의 역할에 맞는 '가면'을 쓰고 외부세계와 관계를 맺는다. 아버지로서, 아들로서, 선생으로서, 의사로서 각자 자신에게 적절한 역할을 한다. 인간의식의 중심인 자아가 외부세계와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으로서, 분석심리학에서는 '페르소나'라고 한다.이는 사회적 의무, 도리, 규범 등과 관련이 있는데, 자신의 참 모습이 아닌 사회의 행동 규범이나 가치 기준에 따라 나타나게 되는 모습이어서 일종의 가면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은 여러 사람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 가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가지의 역할을 함께 가지고 있다. 한 가족 안에서 본다면 나는 남편이며 아들이며 아버지이다. 따라서 자신의 어느 한 역할만 충실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각기 다른 역할이 상충될 경우 자신과 상대방이 어떤 관계인가를 먼저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언행을 해야 사람들과의 갈등을 줄여 나갈 수 있다.

인간이 태어나 처음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먼저 본능적 요구에 대한 표현을 한다. 나이가 들면서 점차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게 되지만, 이성적으로 내적 혹은 외적 영향을 받아 자신의 실제 감정과는 다른 말과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즉 사회에서의 자신의 역할이나 의무, 도덕적 규범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아 페르소나가 형성되어 간다. 그렇지 않은 경우 독불장군이 되거나 주위 사람들과 자주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

개인마다 어떤 일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하건 그것은 그 사람의 자유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어떤 특정 직위에 있다면, 더구나 자신의 견해가 그 직위에서의 대표성을 띠고 있고 그로 말미암아 생기는 파장이 커질 수 있다면, 자신의 생각과는 일치하지 않더라도 그 직위에 맞는 행동과 말을 하여야 한다. 페르소나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는 점에서 약간은 부정적인 면이 내포되어 있다.

요즈음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일들은 자신의 페르소나를 잊어버린 상태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기 때문에 생기는 일들인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은 때로는 자신의 역할에 맞는 가면을 써야 한다. 그것이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고 또한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하는 길이라면...

권 준 수 서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