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사태 장기화에 따른 대외신인도 하락과 금융권의 신규여신 동결로 SK그룹 일부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가 커지고 있다.14일 SK그룹과 금융권에 따르면 SK케미칼은 만기가 도래했거나 채권은행이 조기상환을 요구한 기업어음(CP) 상환을 위해 지난달 25일 임직원 월급을 기존의 80% 정도만 지급했다. SK글로벌 사태 이후 직원들의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것은 SK케미칼이 처음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일부 금융기관이 만기가 도래하지도 않은 채권의 조기상환을 요구하고 신규대출이 동결되다 보니 유동성 위기를 우려해 직원들의 임금 중 일부를 우선 채무상환에 사용했다"며 "임금 미지급분은 며칠 뒤 모두 지급했다"고 말했다.
SK글로벌 사태 발생 직후 2조6,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발표한 SK(주)도 최근 유동성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원유 도입 등으로 해외금융거래가 많은 SK(주)는 최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이 잇따라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면서 기존 40억달러이던 유전스(기한부어음)의 한도액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현금지출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스란 수입업체의 수입물품 가격을 은행이 대지급해 주고 일정 기간(보통 90일) 후 업체가 그 금액을 은행에 입금하도록 한 어음으로, 한도가 줄어들면 그만큼 외상으로 들여올 수 있는 수입물량이 감소된다.
SK(주)는 특히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유전스 사용에 의한 원유도입이 어려워지자 최근 현금지출이 필요한 석유완제품 수입이 급증하면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