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잇따른 친미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부끄럽다", "노짱이 저럴 줄 몰랐다"는 등 비판적인 소리가 많은 가운데 현실을 의식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옹호론도 나오고 있다.청와대와 언론사, 노사모 등의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노 대통령의 최근 행보와 발언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통령께서는 이번 방미에서 '자긍심'이라는 코드를 잃어버린 것 같다"(ID Franz), "미국에 굽실거리지 않는 대통령이 되겠다던 기백은 다 어딜 갔느냐"(ID 한탄) 등 대부분 후보 시절의 당당하던 모습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이다. 특히 '정치범 수용소' 발언에 대해서는 보수 성향의 한나라당에서 조차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외교적 일관성의 부재를 꼬집는 목소리도 있었다. 회사원 박모(34)씨는 "후보 시절에는 '반미'로까지 인식될 정도의 시각을 보이더니 대통령이 되고 난 뒤 태도가 바뀐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고, ID '한물결'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의 시각이 이처럼 요동쳐서야 신뢰가 생명인 외교문제를 제대로 풀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한미동맹 강화'라는 현실적인 필요에 따른 전략적 발언이라는 점을 들어 대승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네티즌 '윤이다'는 "민족의 미래를 위한 중차대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포석"이라고 평했고, 공무원 한모(48)씨는 "노 대통령에 대한 미국 지도층의 부정적인 시각을 고려해 한미 동맹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는 "후보 시절과 취임 이후 노 대통령의 입장에 변화가 있지만 이에 대해 평가를 하기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미국에 대한 일방적인 구애가 곧바로 국익에 부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 교수는 "북핵 문제나 경제문제 해결에 있어 현실적으로 한미공조가 대단히 중요한 만큼 노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미국에 대해 확실한 신뢰관계를 구축하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면서 "상황과 조건에 맞게 외교적 수사를 구사하는 것을 친미냐 반미냐로 구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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