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달 경기 고양시 일산의 호수공원 인근 47평형 아파트를 3억9,000만원에 팔았다. 그가 양도소득세를 내기 위해 관할 세무서에 신고한 금액은 국세청 기준시가인 2억원(최근 기준시가 2억7,000만원으로 인상). 그러나 매수자가 취득·등록세를 내기 위해 관할 구청에 제출하는 검인계약서에 기재한 액수는 불과 8,500만원(행정자치부 시가표준액 기준)이었다.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국세청이나 시·구청에 신고하는 가격이 제 각각인 데다 부동산가격 평가기준이 국세청의 '기준시가', 행자부의 '시가표준액', 건설교통부의 '공시지가' 등으로 나눠져 있어 부동산 과세체계의 근본적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 등에 따르면 국세인 양도소득세를 담당하는 국세청은 기준시가, 지방세인 취득·등록세와 재산세·종합토지세를 담당하는 행자부는 시가표준액이라는 잣대로 과세하는 등 부처마다 부동산가격 평가기준이 상이하다. 건설교통부도 매년 토지 보상이나 부담금 부과를 위해 감정평가사에 의뢰, 공시지가를 따로 조사하고 있다.
부동산 평가기준 부처마다 상이
국세청 기준시가는 실거래가의 70∼80%, 행자부의 시가표준액은 재산세의 경우 실제 건축비의 33%, 종토세는 개별 공시지가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건교부의 공시지가도 실제 토지가격의 70% 정도를 반영하는데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준시가나 과표는 원칙적으로 1년에 한 번 고시하기 때문에 실거래가를 정확히 반영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1년 사이 부동산가격이 50% 이상 폭등하는 지역이 속출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건물에 부과되는 재산세는 실거래가와 상관없는 평당 건축가격과 면적, 노후 정도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서울 강북지역은 건물시가에 대한 과표가 높은 반면, 강남은 지나치게 낮아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6억원 이상 하는 강남의 고가아파트가 3억원 하는 강북아파트보다 세금이 낮은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건교부가 지난해 서울과 신도시 5곳의 시세 3억4,000만원짜리 아파트의 재산세와 종토세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지역에 따라 최고 5.6배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부동산 보유세는 토지에 대한 종토세와 건물에 대한 재산세로 나뉘어져 있어, 토지와 건물이 한 덩어리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실거래가 신고원칙 유명무실
부동산 구입자가 내는 취득·등록세는 원칙적으로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도록 돼 있지만, 시세의 30%에 불과한 행자부 시가표준액을 기준으로 신고하는 게 일반적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금도 검인계약서에는 실거래가를 기재하도록 돼있지만 처벌조항이 없어 사문화한 상태"라며 "시가표준액에 미달하는 신고자만 문제를 삼고 있다"고 밝혔다.
양도소득세도 실거래가와 국세청이 고시한 기준시가 가운데 선택해 신고할 수 있어 과세형평과는 거리가 멀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금 행정력으로는 실제 매매가격을 일일이 확인하기가 힘들어 부동산 과세체계를 실거래가로 통일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투기지역에서는 실거래가 과세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법관 출신인 박준서 변호사는 "부동산가격이 계속 폭등하는 것은 실거래가에 훨씬 못 미치는 기준시가 차액으로 양도세를 과세하기 때문"이라며 "매년 막대한 비용을 들여 기준시가를 책정하는 정책에 매달리기 보다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부동산 관련소득을 실거래가로 파악해 과세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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