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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책으로 만나보는 책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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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책으로 만나보는 책의 어제와 오늘

입력
2003.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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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내가 가장 즐겨찾는 메뉴 중 하나는 백과사전이다. 신문을 읽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클릭, 강의안을 준비하다가도 미심쩍은 것이 있으면 클릭. 그러면서 이 무게도 부피도 없는, 그러나 무한대의 정보를 담고 있으며 게다가 공짜이기까지 한 거대한 '책'의 과거를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를 실감한다. 불과 10여 년 사이의 일이지만 '책의 역사'를 몸으로 경험한 부모 세대의 이 감회를 아이들은 과연 알고 있을까. 책 속에 길이 있다, 책을 읽으라고 염불처럼 읊어대도 책을 등한시하는 아이들에게 '책'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이었고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알게 해보면 어떨까.'백지 위의 검은 것'은 종이책 이전의 책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러시아의 과학소설가이자 아동문학가인 미하일 일리인은 사실이라는 뼈대에 상상의 살을 붙여 자칫 지루하기 쉬운 책의 역사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이 책은 문자 이전의 시대부터 문자를 만들고 점차 개량하기까지, 종이 이전의 책의 재료, 종이책 이후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 별개의 것으로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이 서로 깊이 연관돼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기록의 역사'는 책의 역사를 풍부한 화보 중심으로 보여준다. 문자와 종이 이전의 기록 재료, 양피지에 손으로 쓰고 장식한 서양 중세의 아름다운 필사본, 아시아와 이슬람의 책, 활판 인쇄에서 제본, 그리고 그 책의 유통과 책을 보존해온 도서관까지. 사진에 곁들인 설명은 간단하지만 많은 정보를 준다.

지금도 책은 변하고 있다. CD롬뿐만 아니라 미미하기는 하지만 정보제공자로부터 내려 받아 컴퓨터로 볼 수 있는 전자책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 접거나 둘둘 말아도 선명한 영상을 볼 수 있는 아주 얇은 스크린이 개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기술이 실용화해 무선 인터넷과 결합하면 장소에 상관없이 아무데서나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인간의 기록 본능과 그 기록을 보존하고 널리 그리고 편리하게 이용하게 하려는 노력이 앞으로 책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또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경고! 얘들아. 너희들 옆에 앞에 있는 그 책들, 나름대로의 역사를 가지고 진화하고 있는 책들, 그렇게 매일 꽂아만 두고 쌓아만 두다간 언젠가는 너희가 그 책들에게 먹혀 버릴지도 모른다. 빨리 그 책의 진짜 주인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대구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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