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7시 수도권 수출입 컨테이너수송의 80%를 담당하는 경기 의왕시 이동 경인내륙컨테이너기지(ICD). 컨테이너 박스를 실은 차량들이 띄엄띄엄 기지를 빠져 나가기 시작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차량의 왕래가 뚝 끊겼다. 이틀 전만 해도 밤12시가 다 되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 국내 수출입기지의 동맥이었던 이 곳은 그 순간 황량한 분위기로 적막감까지 감돌았다.같은 시각 컨테이너기지 입구에 위치한 화물연대 경인지부 사무실 주변에는 조합원 100여명이 길 옆에 차를 주차한 채 삼삼오오 짝을 지어 부산지부 사태의 추이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고 있었다. 한 노조원은 "파업을 벌이고 있는 부산지부 조합원들을 보기가 부끄러워 선뜻 수송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조합원은 부산에서 아직 올라오지 않았고 다른 조합원은 아예 출근을 하지 않아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윤호 노조지부장은 "조합원들이 업무에 나서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식적으로 파업을 선언한 것은 아니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평소 이곳에서 처리하는 컨테이너는 하루 평균 5,500TEU(1TEU는20피트 컨테이너 1개)였으나 이날 컨테이너 차량을 통해 부산으로 출발한 물량은 대한통운, 세방기업 등 직영지주사 소속 차량들이 수송한 58TEU가 전부였다. 그래도 수송물량의 20∼30%를 차지하는 철도 수송이 정상적으로 이뤄져 평소의 40% 수준인 1,100여TEU를 겨우 처리했다. 이는 13일 하루동안 처리된 2,500TEU보다 적은 물량이다.
이들의 파업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OB맥주, 제일제당 등 수도권 일대 대규모 수출입 회사들이 자체 대책을 세우고 있으나 물류대란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4,000여개의 업체가 입주한 수도권 최대 규모의 공단 반월·시화공단은 수출 및 원자재 수급이 차질을 빚음에 따라 이날부터 항공화물운송 등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납품기일에 맞추지 않으면 신뢰도 추락 등의 우려가 있어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면서도가능한 모든 운송수단을 확보 중"이라고 말했다.
/의왕=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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