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생들 얼굴만 봐도 피로가 싹 가시곤하니 전혀 피곤한 줄 모르겠네요."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노들장애인야학. 이곳에서 1년째 장애인들을 가르치고 있는 최정은(28·여·사진 좌) 교사와 김성연(28·여) 교사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이다. 낮이면 초등학생들에 부대끼느라 지친 몸이지만 1주일 중 나흘은 저녁마다 야학으로 달려간다.
어릴때부터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는 최 교사는 학생들 사이에선 '털털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최 교사는 "가끔씩 서로에게상처를 주기도 하고 옥신각신 다투는 일도 잦지만 학생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고민을 털어놓다보면 금세 감정이 풀어지곤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들장애인야학에선 학생과 교사간의 구별이 거의 없다. 20대 교사가 30대 학생을 '형'이라고 부를만큼 서로간에 격의가 없다. 단지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가 있을 뿐, 사제간의 격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학생들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과 애정은 어느 학교보다 뜨겁다. 연극대회, 수화교실, 체육대회, 모꼬지 등 각종 특활활동은 교사들과 학생들을 묶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노들장애인야학은 1993년 공교육에서 소외된 장애인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150여명의 장애인 졸업생을 배출했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던 장애인 학생 대다수가 배움의 기회를 얻었고, 10여명이 대학에 진학하는 성과도 거뒀다.
최 교사는 야학에서 체험한 장애인 문제를 담임을 맡은 초등학생들에게 생생한 산교육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최 교사는 "애들에게 '얼마나 장애인을 자주 보았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이 '없다'라고 말한다"며 "하지만 장애인들이 거리를 다니기가 얼마나 위험한지 가르쳐 주면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스스로 터득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사진=최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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