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운영이 마비상태에 빠진 가운데 파업결의 후 종적을 감췄던 화물연대 부산지부 조합원들이 14일 오전 부산대에 속속 집결했다. 오전 9시께 40여명에 불과하던 조합원은 학교 뒷산이나 울타리 등을 통해 부산대로 들어와 순식간에 1,500여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의 갑작스런 집결은 '오전 9시까지 침낭과 생필품을 준비해 부산대로 모이라'는 지도부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측은 "정부가 가족이나 친척들을 통한 현업복귀 설득 작업에 돌입할 것을 우려, 오늘 새벽 긴급회의를 가진 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침을 시달했다"고 말했다.돗자리 등 간단한 농성용 물품을 준비해 온 조합원들은 점심으로 빵과 우유를 먹은 후 학생회관과 대강당 등에 모여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노동가를 부르며 본격적인 농성투쟁에 돌입했다. 조합원들은 비조합원에 대해서도 운행방해 등 파업동참을 촉구하는 등 강경분위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밤새 정부와 비공식 실무협상을 벌이고 있는 만큼 결과를 지켜보자"며 "정부가 절충안을 제기하면 경제사정을 고려해 합의안을 수용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부산대측은 학생들의 면학분위기 저해여론 등을 감안, 조합원들에게 "학생회관 점거는 불법으로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 나가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학생회관에 단전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비상발전기를 동원해 오후 4시30분부터 결의대회를 강행했다. 오후5시께는 부산경남총학생회연합 소속 대학생 50여명이 문에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을 철회하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30여분간 구호를 외치는 등 지지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 부산대측으로부터 시설보호요청을 받아 학교 주변과 정문 등 4개 출입문에 10개 중대 1,200여 명을 배치했다. 경찰은 농성이 장기화할 경우 학내로 공권력을 투입해 조합원들을 전원 연행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공권력 투입에 대비한 도상계획을 이미 마련한 상태"라며 "15일부터 부산대가 축제기간에 들어감에 따라 투입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일까지만 해도 조합원에 대한 기자들의 접근을 원천봉쇄하고 취재기자를 폭행하는 등 언론에 매우 적대적이었던 화물연대는 민주노총이 지원을 나온 탓인지 시간대별로 집회장 내부 상황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하고 집회장소에 대한 취재를 허용했다.
/부산=이동훈기자 dhlee@hk.co.kr
김종한기자 j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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