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정성을 쏟는 것 외에는 한 일이 없습니다. 교사로서, 교장으로서 당연한 일이지요."제주 중앙초등학교 주변에는 플라스틱 봉이 촘촘히 박혀 있다. 신능자(申綾子·60) 교장의 유난스런 정성 덕이다. 3월 부임한 신 교장은 열악한 통학 환경에 깜짝 놀랐다. "학교 주변이 온통 차가 다니는 도로로 둘러싸여 학생들이 아슬아슬하게 등교하더군요.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고심 끝에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안전봉을 세우기로 했다. 동네 유지들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장사에 방해된다'며 반대하는 주변 업주들을 간신히 설득해 안전한 통학로를 마련했다.
신 교장은 30년 가까운 교사 생활 대부분을 낙후된 교육환경 개선과 아이들의 학습 수준 향상에 쏟아부었다. 1961년 제주 보성국민학교 재직 당시 '부진아'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 이들을 위한 읽기·쓰기·셈하기 교재를 개발했고 한글도 모르는 아이들을 방과 후 몇 시간씩 데리고 별도로 지도하기도 했다. 그 결과 75년 전국 교육논문발표대회 1등급, 82년 교원 1인 1연구논문 발표 2등급 등 수업과 관련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75년 부산에서 근무할 때는 교실벽에 파리똥이 새카맣게 앉을 정도로 낙후된 학교를 확 바꿨다. 91년 영천초등학교 급식실 신축, 지난해 도리초등학교 첨단 방송실 설치 등 가는 곳마다 강한 추진력으로 부임한 학교를 눈부시게 다듬어 왔다.
그렇다고 신 교장이 좌충우돌하는 '불도저' 스타일은 아니다. 현재 중앙초등학교는 교사 26명 중 15명이 전교조 소속 교사이면서도 학교장과의 마찰이 거의 없다.
교사들은 "교장이 전교조 활동에 대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 교장은 "교장이 스스로 권위를 세우려 하면 오히려 권위가 떨어진다"며 "최종 결재를 내기 전에 항상 여러 선생님들 의견을 듣는다"고 말한다.
신 교장이 이뤄 놓은 업적 뒤에는 투병중인 남편을 간병하며 어머니, 아내, 며느리의 1인 3역을 해 왔던 인간적 고초가 숨어 있다. 외항선원이었던 남편은 10여년 전 신장병을 얻어 현재까지 투석을 받고있다. 퇴근 후 병원으로 달려가는 그는 "남편이 병을 얻은 게 내가 학교일에 매달려 밖으로만 나돈 탓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긴 한숨을 쉬기도했다.
신 교장은 그러나 "남편이 이번 수상을 정말 기뻐해 행복한 마음으로 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제주=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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