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석유가 전쟁·가난 낳는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석유가 전쟁·가난 낳는다"

입력
2003.05.14 00:00
0 0

석유는 축복인가 저주인가.국제적인 자선단체 크리스천 에이드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석유는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나라를 좀먹는 해악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석유, 전쟁, 부패가 부추기는 가난'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산유국 앙골라 수단 콩고민주공화국의 석유 판매 수입은 대부분 권력층의 뒷주머니로 들어가거나 내전 비용으로 충당되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의 산유국 나이지리아에서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연명하는 인구 비율은 처음 원유를 생산한 40년전 27%에서 현재 66%로 늘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아프리카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자흐스탄의 집권층은 미국의 석유 메이저와 결탁해 끝없이 재산을 늘리고 있고, 왕가가 원유의 주인인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수 백 명에 이르는 왕자들이 저마다 석유 이권에 손을 대면서 사회 전체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역설적 상황의 원인을 공정한 생산 및 분배 제도의 부재에서 찾았다. 어느날 복권에 당첨된 벼락부자가 돈을 어떻게 할 줄 몰라 우왕좌왕하듯 준비없이 원유를 발견한 가난한 나라들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 같은 석유의 해악은 1960년대 해저 가스 발견후 어려움을 겪었던 네덜란드 경제를 빗댄 '네덜란드 병'과 비슷한 맥락에서 작용한다. 원유가 발견되면 임금과 물가는 오르고 그 나라의 통화 가치는 강해지지만 이러한 현상은 오히려 국내 생산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석유로 쉽게 번 돈으로 국민들은 해외의 비싼 물건만 찾기 때문이다. 왜곡된 소비구조가 결국 생산구조를 왜곡시키고 경제 전체가 석유 의존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12일 보고서의 내용을 보도한 BBC 방송은 "이라크의 석유가 앞으로 그들에게 축복일지 저주일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