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광옥 최고위원이 나라종금으로부터 검은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사실은 나라와 정권의 부패상을 재확인시키고 있다. 그가 돈을 받은 시점은 서울 구로을구 재선거를 치를 때와 청와대 비서실장 재직시였다고 한다. 본인은 로비와는 무관한 성금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뒤늦은 변명은 구차하기 짝이 없다.그에 대한 영장은 얼마 전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 관리자들이 줄줄이 구속된 장면을 연상시킨다. 비서실장까지 구속에 직면하고 보니 국민을 상대로 개혁을 외치던 전 정권의 통치논리는 어디서 찾아야 할지 한숨만 나올 따름이다. 한 최고위원은 4선의원으로 여야를 통틀어 정치권의 지도급 반열에 들어가는 인사다. 집권당의 대표까지 지낸 그가 자신의 부패에 대해 그렇게도 무감각했다니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특히 그가 비서실장 재직시 돈을 받은 장소가 공관이었다고 한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분신이자 정권의 목표와 방향을 말해주는 상징적인 자리다. 그런 자리에서 최소한의 공직의식을 느꼈다면 공관에서 금품수수가 이루어질 수는 없다. 보통사람의 양식과 상식을 짓밟은 이 사건에 엄정한 법의 잣대가 적용돼야만 한다.
나라종금 사건은 우리사회의 고질인 지연과 학연, 금권과 권력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한국형 부패사건이다. 여기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도 깊이 연루돼 있는데다, 초기 축소수사 의혹까지 있어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지금 검찰이 수사중인 여러 비리사건들에 정치인들의 관련혐의가 요란하게 오르내리고 있다. 비리와 부패에 정치인이 연루되지 않는 경우가 없을 지경이다. 진정한 개혁정권이 되려면 이번에야 말로 예외 없는 수사와 단죄로 정치부패에 대한 확실한 이정표를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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