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을 불안하게 보는 미국의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노 대통령이 방미 사흘째인 13일 오전(한국시간) 뉴욕에서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주최한 행사에서 연설문에 없던 내용을 추가, "53년 전 미국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정치범 수용소에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은 아주 극단적이다. '한국전쟁 때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전쟁이 북한의 승리로 끝났을 테고 자신은 공산체제에 저항하는 정치범이 돼 있을 것'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한국전쟁 때 알지도 못하는 나라를 위해서 헌신한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깊이 감사한다"며 참석자들에게 "도와달라"는 얘기를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노 대통령은 뉴욕 금융계 인사와의 간담회에서는 "산업화 과정에서 미국의 경제원조, 안보우산, 수출시장 제공, 해외투자 등은 한국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과거 미국의 역할에 대한 언급을 넘어서 현재의 미국에 대한 접근 속도도 높여갔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의 사전 조율을 이유로 유엔이 추진중인 북한 장기개발계획에의 참여를 사실상 유보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라크전의 전개과정에서 유엔의 목소리가 통일되지 않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해 미국에 대한 동조로 해석될 수도 있는 발언을 했다. 노 대통령은 뉴욕 금융계 인사와의 간담회에서는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선 부시 대통령의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고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선 "우리로서는 한미관계가 중요한 것 이상이며 다른 어떤 것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링컨 대통령의 이미지를 활용한 '미국 안심시키기'도 이어갔다. 코리아 소사이어티 주최 행사 연설에서 "미국의 16대 대통령인 링컨을 깊이 존경해왔고, 우연이겠지만 링컨처럼 저도 (한국의) 16대 대통령이 됐다"면서 "내가 링컨을 존경한 것은 우연이 아니며, 링컨이 그랬듯이 '역경 속에서 연마한 건전한 상식'으로 국정을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주의적·실용주의적 접근에 대해 "노 대통령이 많이 변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뉴욕=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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