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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주인이라면… 안티사이트 가볼까…/"깨미동"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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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주인이라면… 안티사이트 가볼까…/"깨미동" 교사들

입력
2003.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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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지트 바르도와 도박 롯데 삼성 다단계 God 김정일 미국 고등학교….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삑- 정답은 안티 사이트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팀'(약칭 깨미동)의 선생님들은 게임 채팅 만화 뮤직비디오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매체들을 총동원, 재기발랄한 미디어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불건전하니 무조건 멀리하라'는 식의 접근에서 탈피했다는 것이 깨미동 교수법의 장점. 욕설로 도배된 연예인 안티사이트를 통해 안티의 부정적인 측면을 전달하면서도 안티도박 안티동물학대 등을 들어 약자의 발언 수단이자 상대방에게 건전한 비판을 하는 순기능도 가르친다. '신문기사에서 안티하고 싶은 내용이나 인물을 한 가지씩 정해보자' '관심 있는 안티사이트 한 곳에 접속해 건전한 비판에 동참해 보자' 등이 이 수업의 과제가 된다.

깨미동 교사들은 PC방을 '불건전한 곳'이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하지 않는다. 좋은 PC방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내가 PC방 주인이라면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 등을 아이들에게 토론하게 한다. 또한 인터넷사이트에 가입하면서 습관처럼 누르는 회원정보 사용에 대한 동의서도 그 내용을 꼼꼼히 분석해 개인정보 유출 소지가 있는 문항을 파악하게 한다. '이 글을 복사하지 않으면 가족이 불행한 일을 당한다'는 불쾌한 '행운의 편지'를 받았을 때를 상황극으로 구성하게 해 대처방법을 논의케 한다. 박치기왕 김일과 로보트 태권브이 등 추억의 문화코드, 엽기와 패러디 등도 훌륭한 수업 자료가 된다.

이들이 최근 발간한 '희한한 수업'은 그간 미디어수업을 진행하면서 만든 자료집 등을 2년에 걸친 토론과 회의를 통해 다듬은 결과물이다. 현재 깨미동 교사들은 이 교재를 활용해 7차교육과정의 재량활동시간이나 각종 특별활동 시간, 사회 윤리 국어 등 매체와 연관성 있는 수업시간에 미디어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고 옥성천 교사는 "미디어교육은 가치관 형성 뿐 아니라 수능 논술 심층면접 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20명의 교사가 활동중인 깨미동은 2000년 2월 초·중등 교사 모임인 '좋은교사운동'의 미디어교육 전문연구팀으로 출발했다. 이들은 미디어의 이용자 대다수가 청소년인 데 비해 제대로 된 수용자 교육이 없어 폭력과 상업주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인식에서 미디어수업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폭력성 등으로 논란이 됐던 온라인게임 '리니지'에 대해 전교조 교총 참교육학부모회 등과 함께 반대운동을 벌여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8세 이상 이용가' 판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깨미동 대표 과천 중앙고 김성천 교사는 "올바르게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현대 사회에서는 필수적이지만 다소 딱딱하고 아이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라며 "그러나 채팅언어 등 이미 즐기고 있는 문화의 내용을 수업 소재로 선택하면 수업시간이 역동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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