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반복적인 출석과 진술에 따른 어린이들의 인권 침해를 줄이기 위해 성폭력 피해 아동의 진술을 녹화해 수사와 재판의 증거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경찰청은 앞으로 13세 미만 미성년자가 피해자인 성폭력 및 아동학대 사건을 수사할 때 피해자의 진술을 비디오카메라 등으로 녹화한 다음 검찰에 수사자료로 제출할 방침이라고 13일 밝혔다. 경찰청 권기선 여성계장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미성년 피해자들이 많게는 6∼7회씩 출석, 진술하고 있어 인권 침해 논란 뿐만 아니라 반복 조사로 인한 진술의 일관성 유지가 힘든 경우도 많다"고 개선안 배경을 설명했다.
아동 피해자의 진술은 보호자와 아동심리 전문가, 자문 변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아동학대 예방센터나 경찰서 여성상담실 등에서 녹화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 같은 방안을 다음 달부터 3개월 동안 서울지역 2개 경찰서에서 시범 실시한 뒤 10월부터는 전국 경찰서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18세 이하 미성년자와 모든 여성 피해자에게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자료가 증거로 채택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이 같은 방안이 실효성을 거둘지는 의문이다. 최근 경찰청이 주최한 관련 간담회에서 검찰 관계자는 "아동인권 보호 장치의 마련은 공감하지만 피해자의 직접적인 진술이 없는 녹화자료를 증거로 채택하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등이 먼저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동성폭력피해자가족 모임 송영옥 대표도 "대부분 선진국이 녹화된 아동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을 법정 증거물로 채택하고 있다"며 "검찰과 법원이 녹화자료를 증거로 인정해 주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녹화자료만 만드는 것은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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