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치료사를 키우는 대학의 참모델로 육성하기 위해 나름대로 전력투구하고 있습니다."지난 3월 국내 첫 대안대학으로 문을 연 경남 함양군 백전면 지리산 자락의 녹색대학 장회익(65)총장은 "녹색대학은 다른 대안공동체와 달리 학문공동체가 중심이 돼 인간됨과 학문적 지식을 갖춘 최고의 '지성'을 길러 내는 곳이 될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세속의 잣대와 무관하게 인간적 공동체와 대동사회를 지향하며 지적 능력에서 다른 대학들 보다 한 발 앞선 창의력 있는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정년퇴임(8월)을 남겨놓고 30년 이상 몸담은 서울대를 떠나 녹색대 초대 총장의 길을 택한 그는 "반드시 뜻있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며 녹색대학의 성공시대를 장담했다.
수능 성적을 따지지 않고 1박2일의 심층 면접을 통해 선발된 36명의 녹색대학 새내기들은 잠자리 해결을 위해 직접 기숙사 지붕을 얹어야 했고 자급자족을 위한 농사짓기, 식당 운영은 물론 커리큘럼까지 스스로 만들어 가는 등 '공동체'와 '자율'에 빠른 속도로 적응해 가고 있다.
"중간·기말고사도 없애 학생들이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진정한 '공부를 위한 공부'를 통해 실력을 다져 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4년 뒤 30만여 명의 다른 대학 졸업생들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장 총장은 "디지털 세상이 이처럼 빨리 닥칠 것을 대부분 인식하지 못했던 것처럼 '녹색세상'도 급작스레 닥칠 것"이라면서 "녹색대학이 길러낸 녹색 엘리트가 황폐화해가는 현대사회를 구제하는 문명의 치료사로서 각광을 받는 시대가 올 것" 이라고 자신했다.
학생들이 수박겉핥기식이 아니라 스스로 공부해서 개념을 이해하고 학습보고서로 시험을 대체해 실력을 키우도록 한다는 게 장 총장의 복안이자 지론이다.
"일반 대학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고차원적인 수학과 물리학, 철학, 환경과학 등을 기초교양과목에 포함시켰습니다. 제가 강의하는 '물질, 생명, 인간학'만 해도 미적분을 사용해 고전역학을 이해하고 상대성이론과 통계역학이론 등 기초물리학을 통해 생명의 이해와 인간관계의 상관관계를 고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수업을 기획하고 교수를 초빙한 과목도 3개나 된다. 또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특강, 지역이나 외국의 풍물을 경험하는 '세상보기', 자신이 필요한 배움을 익히기 위해 장인을 찾아가 배우는 '도제수업' 등도 학점으로 인정하고 있다.
녹색대학에는 자연의학과 녹색교육 등 3개과의 대학원도 개설돼 90명이 매주 주말 1박2일간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녹색대학이 이렇게 공부를 많이 시킬 줄은 몰랐을 겁니다. 처음에는 공부와 거리가 멀 것으로 생각하고 입학한 학생들이 당황해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적응하고 있습니다."
2001년 33명의 '녹창사' 회원 중 한명으로 녹색대학과 첫 인연을 맺은 장 총장은 "정부지원을 받지 않는 만큼 대학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뜻있는 분들의 성원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그는 당장 내년 신입생들을 위한 기숙사 신축 등에 필요한 모금활동을 위해 함양과 서울을 오가며 '세일즈 총장'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그는 "대학이 안정되면 총장직에서 물러나 책이나 읽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조용하게 지내고 싶다"고 한다. 이화여대 물리학과 모혜정(64)교수가 그의 아내다.
/함양=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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