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갔던 냉면 전문식당에는 '민짜'라는 규격이 있었다. 냉면은 양에 따라 '보통', '곱배기'가 있고 각각 노른자가 드러나 보이게 자른 삶은 달걀 반쪽과 수육, 무채가 고명으로 얹히게 마련이다. 이 식당의 보통은 다른 식당보다는 약간 많아 보인다. 이 보통의 1.5배쯤 되게 높이 쌓은 게 곱빼기라면 민짜는 그 곱빼기 위에 사리가 하나 더 얹힌 형태다. 그러니 그 상상봉 위에 달걀이나 수육 등속을 얹었다가는 굴러 떨어지기 십상이다.그리하여 민짜는 말 그대로 고명이 없는 민짜가 된다. 민짜는 본디 먹성이 좋은 머슴들이 먹던 것이라는데 어쩐지 냉면의 민짜 머리가 떠꺼머리 총각을 연상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이북 출신인 이 냉면집 주인은 민짜를 주문하는 손님이 오면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서슴없이 민짜를 주문해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셋으로 한 사람은 시인, 나머지 두 사람은 문학평론가이다.
그들이 이 냉면집에 들러 민짜를 주문하는 광경을 보는 것 자체가 통쾌하다. 그 때면 주방에도 즐거운 경보가 울리리니, 아 나는 언제나 민짜를 외쳐볼 거나.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