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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국제상거래 "反뇌물"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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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국제상거래 "反뇌물"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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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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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상거래에서 뇌물수수 관행을 근절하는 등 부패를 추방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조만간 새로운 국제 통상 현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 같은 노력은 이미 1997년 시작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채택한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제공 행위 방지를 위한 협약'이 시발점이다. 협약은 OECD 가입국에 대해 의무적으로 반뇌물 관련 국내법을 제정·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35개 회원국에만 국한된 것이어서 실효를 발휘할 수 없었다.

최근의 노력은 OECD 협약을 국제화 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적용 대상국을 개도국 등 OECD 비회원국으로 확대하고, 분야도 기존의 공공분야에서 민간분야로 넓히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은 유엔이 추진중인 반부패·반뇌물 협약 제정 노력이다. 유엔의 관련 협약은 현재 초안검토 단계에 있어 발효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엔의 노력은 OECD에 이어 미주기구(OAS) 유럽연합(EU) 등이 지역협력체 차원에서 추진해 온 협약을 세계화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 유엔 협약은 적용 범위를 정부발주 사업에서 민간기업간의 거래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협약이 성사될 경우 모든 국제 상거래 행위가 반부패·반뇌물 규정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국제적 노력은 미국의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엔의 협약 제정 움직임은 미국의 압력 때문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OECD가 협약을 제정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 였다.

미국은 77년부터 자국기업을 대상으로 해외사업에서 뇌물공여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각국의 불공정 경쟁 관행으로 인해 이 법이 오히려 자국기업의 불이익을 초래하는 것으로 인식되자 반뇌물법의 국제화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94년 5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474건(2,370억 달러 상당)의 국제적 계약에 뇌물이 개입된 것으로 최근 추산했다. 상무부는 이로 인해 미국기업이 110건의 계약(360억 달러 상당)을 따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외국기업에도 미국기업과 동일한 경쟁기준을 적용시키려는 미국의 움직임은 새로운 통상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자국법을 일방적으로 제3국에 적용하거나 국제무역기구(WTO) 등을 통해 국제 규범화 할 경우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망은 한국에도 상당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TI)가 세계 21대 수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기업의 뇌물공여 경향은 러시아 중국 대만에 이어 4위였다. 국제적 반뇌물 움직임이 강제성을 띠게 될 경우 한국기업은 매우 큰 법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90년대 중반부터 제3국의 뇌물관행에 대응해 자국기업을 측면지원하기 위해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과 외교적 압력을 이용해 왔다. 미국이 정보력과 외교력에 더해 반뇌물 협약을 국제화할 경우 공정경쟁을 명분으로 한 또 다른 일방주의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국제상거래에서의 부패 추방은 국제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커다란 흐름이자 경향이라는 점에서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뇌물공여 유혹을 받는 것은 개도국의 공직자 부패와 무관치 않다. 아울러 기업이 뇌물의 반대급부로 얻는 이익이 큰데다 뇌물공여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자국법의 규제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기업 역시 해외사업에서 뇌물공여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해 TI 조사에서 미국기업의 뇌물공여 경향은 21개국 중 9위에 올랐다. 미국의 다국적 석유회사인 액슨 모빌은 96년 카자흐스탄 유전개발권을 따내기 위해 중개인을 통해 카자흐스탄 공무원들에 7,800만 달러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방위산업체 록히드 마틴은 95년 이집트 정치인에 뇌물 100만 달러를 건넨 혐의가 인정돼 벌금 2,180만 달러를 냈다. IBM도 94년 2억5,000만 달러에 이르는 아르헨티나 국영은행의 컴퓨터 설비계약을 수주하기 위해 뇌물 3,700만 달러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의 반부패국민연대 김거성(金巨性) 사무총장은 "정부차원의 노력과 기업의 자율규제, 시민단체의 감시활동을 통해 한국기업도 국제적 반뇌물 조류에 맞춰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 한국의 뇌물방지법

한국은 현재 국제상거래에서의 뇌물 수수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미국 등의 요구와 압력이 커다란 계기가 됐다.

OECD는 1997년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제공 행위 방지를 위한 협약'을 채택했다. 1996년 OECD에 가입한 한국은 이 협약에 따라 98년 12월 2일 '국제상거래에 있어서의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 방지법'을 제정했다.

99년 2월 15일 발효된 이 법은 국제 상거래와 관련해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개인이나 법인을 처벌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인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법인에 대해선 10억원 이하 또는 뇌물 제공에 따른 이익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기업의 직원이 해외에서 계약을 따내기 위해 그 나라의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줬을 경우 과거에는 그 나라에서만 문제가 됐지만 이제는 한국 내에서도 처벌을 받게 된 것이다.

뇌물 수수 문화에 익숙했던 우리 기업들로서는 새 법에 적응할 수 있도록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작업을 하는 한편 해외 파견 직원들에게 윤리 규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사업을 하다가 이 법에 따라 처벌 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법이 처음 적용돼 처벌된 사례는 뜻밖에도 국내의 주한미군 발주 공사였다. 서울지검 외사부는 지난해 10월 주한미군 사병 막사 개축 공사를 따내기 위해 미군 대령에게 5억원을 건넨 정모(48·O사 대표)씨 등 4명을 국제상거래 뇌물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해외 뇌물 거래 방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법으로는 돈세탁방지 관련법, 부패방지법 등이 있다. 국회는 2001년 6월 공직자의 부패 척결을 위한 제도 개선과 부패방지위원회 신설 등을 규정한 부패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이어 같은 해 9월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 '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 등 돈세탁 방지 관련 법을 통과시켰다.

대한상공회의소의 기업정책팀 관계자는 "국제상거래 뇌물 방지 적용 대상을 개발도상국으로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다 공무원뿐 아니라 민간 사업자에게 뇌물을 주는 것도 금지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한국 정부와 기업들도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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