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부산지부가 총파업을 강행한 13일 오전 부산항 부두야적장에는 컨테이너가 3, 4단씩 가득 쌓여있었다. 외항에는 안벽에 배를 대지 못한 선박들로 붐벼 거대한 '바다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평소 컨테이너 차량들로 북새통이던 신선대 자성대 등 항만주변은 경찰 병력이 촘촘히 깔려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요 컨테이너 부두에는 이른 아침부터 군 트레일러가 간간이 드나들어 컨테이너를 수송했으나 엄청난 물량을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주차장 방불케 하는 부산 외항
파업이 닷새째, 부두 적체 현상이 심화하면서 입항한 선박이 부두에 접안하지 못하고 있다. 12일 170척이 입항한 부산항에는 10여 척이 접안을 위해 12시간 이상 외항에서 대기했으며, 13일에는 대기선박이 20여 척으로 늘어났다. 이날 부산항의 체선율(제 시간에 입항하지 못하는 비율)은 평소의 5배 가량인 5.8%로 14일에는 6∼7%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어렵사리 접안한 선박들도 수출선적화물이 도착하지 않아 예정물량을 다 채우지 못한 채 빈 배로 출항하는 경우가 늘어 선사 관계자들의 애를 태웠다. 이날 오전 부산항 신선대 부두 2번선석에는 현대상선의 현대프리덤호(6만4,000톤)가 컨테이너1,100개를 실을 예정이었으나 반입차질로 4시간가량 출항을 늦췄으나 결국 370개 밖에 선적하지 못한 채 유럽으로 출항했다. 인근 4번선석에 정박한 6만400톤급 몰 마스호도 예정 물량의 절반인 254개의 컨테이너만을 실은 채 오전7시께 중동으로 떠났다.
부산기항 포기하기도
더욱 우려되는 상황은 선사들의 부산항 기항 기피현상. 한진해운은 이날부터 부산항 감만한진부두와 감천항터미널이 적정능력을 초과했다며 자사 보유 선박의 부산항 기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날 부산 감천항 한진터미널에 입항 예정인 한진피닉스호와 14일 감만한진부두에 들어올 예정인 바이칼세나토호의 기항지를 각각 광양항과 중국 상하이항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화물은 결국 부산항으로 다시 들여와야 하는 만큼 상하이항 입항관련 비용과 보관 비용 등 선사측의 추가비용 부담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파업사태로 동북아 환적 허브항이 부산항에서 타 항만으로 옮겨지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부산항에 주당 9척의 모선을 투입하고 있는 중국 제2의 선사인 차이나쉬핑을 비롯, 외국 선사들도 모선의 기항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 기항지 변경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머스크 시- 랜드 APL 등 외국선사 부산대리점 관계자들은 "적하물량 감소에 따른 매출액 감소폭이 계속 늘고 있어 본사로부터 질책이 잇따르고 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부산항 컨테이너 야적상황을 나타내는 장치율도 계속 악화해 12일 77.7%에서 13일에는 81%대로 대폭 상승했다. 3부두(158%) 4부두(101.1%) 감만세방부두(124.2%) 대한통운부두(103.4%) 등은 사실상 부두기능 마비상태에 접어 들어 컨테이너 반출입 중단사태를 빚기도 했다. 부두사정이 비교적 낫다는 신선대 컨테이너터미널의 이정수(55) 운영본부장은 "이틀 가량 상황이 지속되면 물류 기능이 완전 마비가 불가피할 것 같다"며 조속한 타결을 촉구했다.
비상수송대책 별 실효 없어
부산항 주변에는 정부의 긴급수송대책으로 군 트레일러 10여대가 투입됐으나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철도 수송 확대도 큰 진척이 없어 이날 부산진역의 경우 컨테이너 확보차질 등으로 평소 처리물량 280∼290량에도 훨씬 밑도는 210량을 처리하는데 그쳤다. 철도청은 당초 부산항 철도 수송물량을 평소 420량에서 500량 가량으로 늘리려 했으나 신선대 및 감만부두의 화물적하시설 부족 등 기반시설 부족으로 발만 동동 굴렀다. 터미널 관계자는 "열차를 통해 외부로부터 수출 물량이 반입될 경우에도 이 물량을 부두 내로 옮길 마땅한 화물차가 없어 반입이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김종한기자 j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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