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부산지부가 13일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그 동안 우려해온 국내 경제 전반의 대혼란이 가시화하고 있다. 물류중단이 지속되면서 전자, 자동차, 섬유, 화학 등 제조업체들 중 일부는 생산라인 가동 감축에 들어 갔으며, 수출입이 막혀 기업의 경영난은 물론 수입 소비재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국민 소비생활의 타격이 예상된다.1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9일부터 나흘동안 부산항 마비에 따른 화물운송중단으로 20피트짜리 컨테이너(1TEU) 8,217개가 선적되지 못해 누적 피해액은 3억4,7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무협은 부산항과 광양항 컨테이너 부두가 계속 마비되면 전체 수출차질액은 하루 1억8,261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무협의 추산액은 수출부분에 제한된 것이며, 제조업의 생산 중단이 본격 시작되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주요 전자업체들은 제품 수출뿐 아니라 자재수입이 끊기면서 일부 업종은 2∼3일 내로 공장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에어컨을 생산하는 용인 공장의 경우 부품이 들어오지 못하는 모델을 부품 조달이 가능한 모델로 교체 생산하는 등 비상생산체제에 돌입했지만, 파업이 계속될 경우 16일부터 조업중단이 불가피한 상태다.
현대·기아자동차, GM대우 등 자동차 업계는 전용부두가 있어 수출에는 차질이 없지만 재고 수입 부품이 7∼10일에 머물고 있어 이 이후에는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기아차는 수입 부품 중 1주일 분량의 비축물량 밖에 없는 것이 있어 부품수입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일부 차종의 생산이 어렵고, 르노삼성차도 이번주안에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부품 조달문제로 생산에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타이어업계도 역시 마찬가지. 한국타이어는 현재 회사 야적장에 생산품을 쌓아놓고 라인을 가동하고 있지만, 이번 주말까지 파업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생산감축을 실시할 예정이다. 금호타이어도 현재 누적피해액이 800만 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다음주에는 생산감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화학·섬유업계의 피해도 심각하다. 코오롱, 효성, 동국무역 등은 섬유수출품 선적지연으로 상당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해외 원자재 반입이 내주까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부 공장라인의 가동 중단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업체 중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부품 중 10%가량을 외국에서 도입하고 있는데, 19일이 지나면 일부 굴삭기 품목에서 부품이 부족, 완제품 생산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입품 반입이 중단돼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중국, 동남아 등에서 들여오는 과일과 육류 등이 반입되지 않으면 수입품의 소비자 가격이 상승하고, 이 여파로 국산 농산물의 가격도 뛰어오르는 '도미노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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