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자동차 내수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가의 대형차는 오히려 판매가 급증, '고급제품은 불황이 없다'는 속설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대형차 시장점유율 10%돌파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4월 국내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현대·기아·GM대우·쌍용·르노삼성 등 자동차 5사의 지난달 승용차 내수 판매는 10만353대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3.5%가 줄어들었다. 반면, 2,000㎤이상 대형차는 1만2,293대가 판매돼 전년 동월에 비해 13.9%나 증가했다. 또 올들어 4월까지 판매된 대형차는 모두 3만9,79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6%나 늘어났다. 이에 따라 승용차 시장에서 대형차의 판매비중도 이 달 들어 10%대를 넘어섰다. 즉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승용차 10대 중 1대가 대형차인 셈이다.
대형차 돌풍의 주역은 3월 출시된 기아의 오피러스다. 지난달 2,838대가 팔려 일약 국내 대형차 판매 2위에 올랐다. 계약 적체 8,000대를 넘어서 차를 인도 받으려면 2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피러스의 성공적 데뷔의 원인을 "판매 타깃을 상류층 자가운전자로 겨냥한 것이 적중했고, 수입차에 버금가는 편의시설과 골프백이 4개까지 들어가는 트렁크 공간 등이 최근 승용차 트렌드와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현대의 그랜저도 올들어 지난달까지 1만8,063대가 판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1%의 판매 증가를 기록하면서 대형승용차 부분 판매1위를 고수하고 있다. 에쿠스 역시 지난달까지 5,084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7%의 판매증가율을 기록했다. 쌍용차 체어맨과 르노삼성 6기통 최고급 모델인 SM525V도 4월 판매가 전월에 비해 각각 30.1%와 38.8%씩 급신장했다.
최고급 수입차 속속 상륙
수입차 판매 역시 지난달 1,739대를 기록, 지난해 4월에 비해 26.8%가 늘어나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써 올 들어 판매된 수입승용차는 총 5,92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2.5%가 증가했다.
BMW코리아가 지난달 수입한 2억3,000만원짜리 BMW최고급 모델인 760Li는 출시 전부터 30여대가 계약됐다. 올해 목표실적의 30%를 달성한 셈이다. 또 1억4,000만원 대 BMW735는 지난달에만 100대가 판매돼 수입차 판매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성자동차가 수입하는 포르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카이엔' 고급형은 지난달 신차 발표회 날 이미 올해 판매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꿈에 자동차로 불리우는 '포르셰' 스포츠카도 역시 올 들어서만 모두 15대가 판매됐다.
이같은 판매 호조에 힘입어 최고가 수퍼카들이 속속 한국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우선 3억원을 호가하는 페라리가 이달 중순부터 국내판매를 시작한다. 페라리가 국내에 들여오는 차종은 페라리 575M 마라넬로, 페라리 360 모데나, 페라리 360 스파이더 3종.
3,000만∼4,000만원 대 차를 주로 수입하던 폴크스바겐도 고가차를 들여온다. 1억5,000만원짜리 크로스오버 럭셔리 SUV 투아렉을 8월 출시한다. 5.0 V10 TDI 디젤 엔진. 또 아우디는 뉴A8 시리즈 신형을 내놓는다. 배기량 3,700㎤, 최고 시속 250㎞로 다음달 출시된다. 가격은 1억2,800만원.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유동자금이 사치품시장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과 "이제 한국도 럭셔리 세단을 탈 만큼 성장했다"는 긍정론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고급차 시장은 '나홀로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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