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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출의 국제潮流]분수령 될 한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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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출의 국제潮流]분수령 될 한미정상회담

입력
2003.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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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한국시간) 한미 정상회담은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간 신뢰구축 차원의 전통적인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국내에서는 언급되고 있지만, 이번 회담은 그러한 의미를 넘어 장기적으로 한미 관계의 성격이 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국내정치 중심적이고 한반도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노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마주하게 될 상대는 과거 그가 생각해왔던 미국이 아니라,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 이후 새로운 전략과 세계질서를 모색하고 있는 미국이다. 냉전이래 우리에게 지역중심의 지정학적 동맹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던 미국이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경찰국가의 역할을 공공연히 자임하고 있는 '지구경찰' 미국으로부터 노 대통령은 세계의 움직임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전달받을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새로운 국제정세 인식은 한반도와 북한을 보는 시각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북한을 이념이나 남북한의 군사대결 상황 속에서 파악하기보다는 미국의 지구경찰적 통제를 위반하여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의 제조, 미사일 수출, 마약매매, 외화위조 등의 행위를 하는 국가로 바라볼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지구경찰적 기능 수행을 위해서 전통적인 우방과 적개념, 즉 지역에 근거한 동맹개념보다 그들의 경찰행위에 기여하는 정도의 여부에 따라 국제적 협력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 문제를 푸는 데 있어 미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비롯한 일련의 위협적 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국제적 협력을 얻어내려 할 것이며, 이런 입장은 이미 중국의 협력을 적극 구하고 있는 데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23일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성가신 위협행위가 일본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강조하면서 적극적인 지원을 얻어내려 할 것이다. 북한 문제로 시달리고 있는 중국 역시, 비록 지정학적인 시각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지라도 어느 정도 미국의 입장에 동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러한 다자 협상구도 속에서 중국과 일본, 한국 등이 북한에 대한 설득과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북한이 사실상 먼저 핵포기를 하도록 하는 모양새를 갖추려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엔 좀 더 높은 수준의 경제적 봉쇄나 군사작전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미국은 이번 협상을 북한 핵 문제 해결과정의 한 단계로서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부시의 입장은 언뜻 핵무기 제거에 동조하기로 공언한 노 대통령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남북문제 차원에서 북한 체제의 안정적 이행을 목표로 하면서도 여전히 군사적으로는 냉전적 사고를 하고 있는 우리의 입장과 크게 다른 것이다. 미국은 근본적으로 북한의 안정적 체제 이행을 우선시하거나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우리와 같은 수준에서 공유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런 미국의 시각은 우리의 냉전적이거나 진보적인 대북 인식 어떤 것과도 어긋나는 것이며, 또한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되어 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햇볕정책의 근본 가정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를 가변적이고 과정적인 단계로서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미국의 입장과, 불변적인 원칙으로서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는 우리의 입장이 봉합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봉합되었던 문제들이 이후 북핵 문제의 처리과정에서 서서히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점에 있다. 이런 점에서 한미동맹의 의미, 한반도의 위협인식과 해결 방안에 대해 끊임없는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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