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찬반 투표 후 부산대에 모여 있던 화물연대 부산지부 조합원 2,200여명은 정부가 공권력 투입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도부는 조합원들에게 부산대를 빠져 나가지 말도록 지시하는 등 혹시 있을지도 모를 공권력 투입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조합원들은 대학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13일 새벽까지 농성을 벌이며 경찰 투입 시점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눴고 일부 조합원들은 정부의 공권력 투입 방침에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지도부는 화물연대 전국본부의 잠정합의안 수용결정을 관철시키지 못한데 책임을 지고 이날 밤 7개 지회장 전원이 사퇴하기로 결정하는 등 내부 갈등을 드러내기도 했다.
화물연대의 파업강행 결정은 이날 오전9시 신선대부두에서 조합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잠정합의안 설명회에서부터 예견됐었다. 지도부는 잠정 합의안의 내용을 설명하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유보를 설득했으나 일부 조합원들이 합의안이 모호하다며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요구, 전면 파업에 나설 것을 주장 한데다 최복남 김해지회장 장례식 등을 거치면서 조합원들의 열기가 크게 높아져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사정이 여의치 않자 화물연대 지도부는 7개 지회별로 분산, 조합원들에게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오전11시20분께 신선대부두 앞에서 철수, 부산대로 이동한 뒤 난상토론을 재개했다. 그러나 "무조건 파업을 풀 수는 없다"며 일부가 거세게 반발하고 이에 따라 애초 파업 찬반 여부를 물었던 투표안도 18일까지 잠정 파업유보 파업 강행 등 2개안으로 변경됐다.
지도부는 정회를 거듭하며 "파업을 강행하면 수출입 물류대란이 초래되는 것은 물론, 경제혼란이 가중되고 여론마저 우리에게 등을 돌릴 것"이라며 수차례 투표를 연기하며 설득작업을 계속했다. 이 때문에 오후 8시20분 투표가 끝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우여곡절을 겪기는 하겠지만 결국에는 파업 유보로 결정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더 많았다. 그러나 조합원 2,125명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된 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파업 강행이 결정돼 지도부의 설득은 물거품이 됐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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