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을 허물었더니 마음도 열리더라구요." 3월말 학교 담장 허물기 공사를 시작한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 성인 남자 키보다 훨씬 높았던 2m80㎝ 높이의 담장은 한달 반이 지난 지금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대신 정문을 중심으로 1㎞에 달하는 공간이 주민들에게 완전히 개방됐고 조경 등 마무리 공사만 남아있다.담장 허무는 대학 잇따라
각 대학들이 지역 주민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주민들이 캠퍼스 공간을 공공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담장 허물기 공사를 잇따라 시행하고 있다. 대학들이 그동안의 폐쇄성에서 벗어나 공공기관으로서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대학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성공회대의 경우 단순히 담장만 허문 것이 아니라 학교시설을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대부분 개방했다. 이미 도서관을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한 이 대학은 인근 주민들의 주차난을 감안, 신고만 하면 누구나 학교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들을 위한 인터넷 교육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중앙대도 지난해 10월 이미 높이 1m60㎝에 이르는 정문 주변 담장 260m를 허물고 담장 주변 인도도 2m에서 5m로 늘려 학생과 주민들이 '함께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었다. 고려대도 최근 캠퍼스내 개운산 뒷길 1,800m의 담장을 헐어낸 데 이어 400m는 완전 개방, 주민들이 녹지공간을 공유할 수 있도록 올 가을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성공회대 기획처 이세욱(34) 과장은 "유럽이나 미국 지역 대학을 보면 한국처럼 담이 있는 대학은 거의 없다"며 "벽이 없어지면 학생들이 일시적으로 불편함을 겪을지 모르지만 공공시설을 많이 가지고 있는 대학측이 주민들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점만큼은 분명히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학이 공공재로서 역할 할 때
이 같은 대학들의 개방 추세에 대해 주민들은 대환영하는 분위기다. 일주일에 한 두 차례 가족들과 함께 성공회대를 찾는다는 주부 정현주(32·구로구 항동)씨는 "예전에는 학교에 자주 가면서도 마치 이방인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그러나 이제는 마음 편히 드나들 수 있어 좋다"고 반겼다.
실제 벽을 허문 뒤 주민들의 생활 방식에 변화가 생겨 나고 있다. 학교 개방 7개월이 지난 중앙대의 경우 이제 캠퍼스 안으로 도시락을 싸 들고 오는 가족 단위 소풍객들이나 인라인 스케이팅을 타는 중·고생들의 모습은 결코 낯설지 않다. 주민 김모(40) 씨는 "과거에는 학교가 바로 지척에 있는데도 막힌 담장 때문에 형무소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지금은 학교와 주민간의 거리감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전했다.
성공회대 김성수(75) 총장은 "이제 대학들도 울타리만 높게 쌓고 주민들과 거리를 두는 것보다는 투명하게 개방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공공재로서 역할을 수행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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