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점유율과 브랜드파워가 주가를 말한다.'올들어 주식시장에서 업종 대표주 자리를 놓고 시장 점유율 1·2위 업체간에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누가 더 많은 물건을 만들고, 더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더 좋은 매출과 실적을 올리느냐에 따라 주가 흐름과 시가총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12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기계·식음료·서비스·섬유의복·의약 등 5개 업종에서 시가총액 기준 업종 대표주의 자리가 바뀌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올들어 인터넷과 TV홈쇼핑 ·정보기기 등 3개업종의 대장주 위치가 교체됐다. 또 이들 1·2위 업체의 주가변화를 분석한 결과, 1위 업체는 안정적인 시장 지배로 꾸준한 실적을 올리는 반면 2위 업체는 공격적인 경영으로 매출신장이 두드러져 주가 탄력성과 상승률 면에서는 2위 업체가 1위를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까지 기계업종 시가총액 2위였던 대우종합기계는 올들어 실적호전에 힘입어 두산중공업을 제치고 업종 1위에 올랐다. 대우종합기계는 굴삭기·지게차·공작기계 등 주력사업 부문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내수경기 둔화와 이라크 전쟁에도 불구하고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나 증가했다. 주가도 연일 상승행진을 이어가 12일 장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음식료품에서는 하이트맥주가 맥주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9일 현재 시가총액 1조2,555억원으로 지난해 말까지 1위였던 CJ(시가총액 1조261억원)를 제쳤고, 섬유·의복에서는 (주)새한이 한섬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제약업종에서는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 승인을 받은 LG생명과학이 주가급등으로 유한양행을 눌렀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최근 NHN이 그동안 인터넷 업종 대장주였던 다음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NHN은 수익성 호전으로 지난해 10월말 공모 당시 2만2,000원이었던 주가가 12일 또다시 12만원을 넘어서며 주가와 시가총액 (9,023억원)면에서 다음(8,655억원)을 눌렀다. 홈쇼핑에서도 시장점유율(31.2%) 2위 업체인 CJ홈쇼핑이 올들어 주가상승으로 1위 업체였던 LG홈쇼핑(37.6%)을 누르고 시가총액 1위를 차지했다.
업종별 시가총액 1·2위 종목의 주가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1위 업체는 올들어 이달 9일까지 11.68% 상승한 반면 2위 종목은 14.68%나 올라 2위주의 주가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는 1.34%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1·2위 업종 대표주들의 주가상승이 돋보이는 셈이다. 업종 1위 종목 가운데 LG생명과학이 87.69%로 가장 많이 올랐으며 현대건설(76.32%), 대우종합기계(42.91%), 하이트맥주(33.20%) 등의 순이었다.
종목 선택에 고민하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업종별 1·2위 자리를 다투는 대표주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장사를 잘하고 이윤을 많이 남기는 대표주의 실력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박윤수 상무는 "브랜드파워가 큰 기업일수록 상대적으로 경기둔화의 영향을 덜 받는다"며 "시장지배력이 크거나 진입장벽이 높아 배타적 사업영역을 구축한 개별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면에서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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