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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렬의 책읽기 / 부모가 빠진 책 고르기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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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렬의 책읽기 / 부모가 빠진 책 고르기의 함정

입력
2003.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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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교육을 '독서 전 교육'-'독서 중 교육'-'독서 후 교육'의 3단계에서 우선 '독서 전 교육'문제부터 살펴보자.어떤 책을 어떻게 고를까. 책 선택은 아주 중요하지만 문제점이 금방 드러나지 않아 간과하기 쉽다. 아직 어린이들은 책 내용을 읽어도 얼마나 유익한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주로 입맛에 맞는 '재미있는' 책만 고르기가 쉽다. 그야말로 좁은 의미인 읽고 깔깔 웃을 수 있는 재미만을 잣대로 쓰려고 한다. 그래서 인생 경험이 풍부하고, 책을 접하는 기회가 많은 부모가 책을 골라 주게 된다.

그런데 아주 당연시하는 이런 행위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아무리 부모라도 자녀의 생각, 생체 리듬, 취미, 이해력, 읽기 준비도, 심리적 준비도, 신체상 준비도, 독서력, 지식 정도 등을 100% 알 수 없다. 게다가 같이 산다고 해서 문화·환경 준비도를 면밀히 살피기가 그리 쉽지 않다. 굳이 따지면 부모와 자녀는 개체상으로 볼 때 남이다. 그런데도 부모라는 권한으로, 책값을 준다는 기득권으로, 자기 맘대로 책장에서 책을 빼 권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아닌 제3자인 남이 책을 골라주거나 추천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생전 보지도 못한 아이의 독서력을 어떻게 측정해 일률적으로 책을 권한단 말인가. 결국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은 이런 정도의 책이 알맞고, 좋아한다는 통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20권의 책 명단을 추천한다면 21위로 명단에 들지 못한 책은 악서(惡書)인가.

이리저리 따지면 어른들은 책 한 권 추천하기도 힘들다. 어린이가 알아서 읽도록 방치하는 것보다 그래도 경험을 바탕으로 추천하는 게 낫다. 그래도 자녀의 독서 준비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부모다. 하지만 부모라도 그런 행위 속에 묻혀 있는 문제점을 가볍게 보지는 말자.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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