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黃河)는 중국인들에게 '어머니 강(母親河)'으로 불린다. 서부 칭하이(靑海)성의 칭장(靑藏)고원에서 발원한 황하는 9개 성에 걸쳐 5,464㎞를 굽이쳐 서해로 흘러든다. 중국인들은 중원문화의 젖줄 역할을 해 온 황하를 한 마리 거대한 용에 비유한다.하지만 황하는 이제 강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정도로 빈사상태에 빠져 있다. 간쑤(甘肅)성 란저우(蘭州)시 외곽 중립교(中立橋) 위에서 내려다 본 황하는 중상류임에도 불구하고 큰 강이란 인상을 전혀 받을 수 없다. 폭 100m 정도의 강폭은 서울시내 구간의 한강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왜소해 보인다.
강 중간에서 준설선이 한창 작업 중인 걸로 보아 하상의 토사퇴적도 상당히 심해 보였다. 강변에서 산책 중인 한 시민에게 "황하가 본래 이렇게 작으냐"며 말을 붙이자 "중국의 어머니가 죽어가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란저우 구간의 황하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중하류 구간인 허난(河南)성 뤄양(洛陽)시 근교에 오면 황하는 개천으로 변한다. 바로 상류에 건설된 대규모 샤오랑띠(小浪底)댐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지역의 황하는 무릎에도 차지 않을 정도로 얕아진다.
하류인 허난성 동부와 산둥(山東)성 구간에 이르면 상황은 더 심해져 연중 100일 이상 강물이 말라 흐르지 않는 단류(斷流) 현상이 벌어진다. 황하의 단류현상은 1972년 처음 발생한 뒤 98년까지 21차례 계속됐다. 97년 단류는 226일간 지속됐고 단류 구간도 하구에서 704㎞에 달했다.
황하는 더 이상 중원의 젖줄 역할을 못하고 있다. 황하 유역을 비롯한 북부지역은 중국 총 인구의 47%, 총 경지면적의 65%, 국내총생산(GDP)의 45%를 차지한다. 하지만 수자원은 전국의 19%에 불과하다. 북부의 수자원 부족은 황하의 고갈이 중요한 원인이다.
북부지역이 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관정을 통해 과도하게 퍼내는 지하수는 지하 수위 하강과 지반 침하를 초래하고 있다. 서해 인근 지역에서는 지하 수위가 지나치게 낮아져 해수가 침입하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서부대개발의 주요 사업에 양쯔(揚子)강 물을 황하 이북으로 끌어오는 남수북조(南水北調)를 포함시킨 것은 이 때문이다.
남수북조 사업은 3갈래로 이뤄진다. 양쯔강 하류의 물을 톈진(天津)으로 끌어오는 하류부분, 후베이(湖北)성의 양쯔강 지류인 한(漢)수를 베이징(北京)으로 끌어오는 중류부분, 양쯔강 상류와 황하 상류를 바로 연결하는 상류부분이다. 이중 하류와 중류부분 공정은 이미 시작됐다. 하지만 남수북조 사업 자체가 일러야 2010년이 돼야 끝나기 때문에 북부지역 물 부족 해소는 아직 요원하다.
칭하이성 서부대개발 판공실의 핑쯔치앙(平志强) 부주임은 정책적 잘못과 체계적인 치수 부재, 자연재해가 황하를 빈사상태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신중국 출범 후 남벌로 유입수량이 줄어든데다 마구잡이 댐 건설로 유량조절이 불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황하 본류와 지류에 건설된 3,000여 개의 댐은 지역이기주의와 맞물려 수자원의 사용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통합적인 황하관리를 가로막았다. 중·상류 지역은 댐을 막아 물을 펑펑 쓰면서도 하류쪽에는 물을 내려보내지 않는 것이다.
중서부와 북부지역의 사막화 현상도 황하를 고갈시키는 원인이다. 칭하이호 주변의 고원지역은 과도한 방목과 황사 등으로 초지가 퇴화해 사막으로 변하는 지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사막은 도로까지 매몰시키고 있다. 핑 부주임은 칭하이성 각지에 산재했던 호수 400여 개 중 절반이 50년대 이후 사라졌다고 말했다. 황하의 원류부터 이미 수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간쑤성도 상황은 마찬가지.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란저우 공항 주변의 산은 하나같이 나무를 찾아볼 수 없는 민둥산이다. 공항에서 란저우 시내로 들어오는 100여㎞ 도로와 란저우에서 칭하이성 시닝(西寧)을 연결하는 220㎞ 철로 연변의 산들도 산사태로 곳곳에 깊은 협곡이 형성돼 있다.
물 부족은 중국의 지속가능 발전에 결정적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의 환경단체 월드워치는 물 부족이 중국의 경제 대국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1인당 수자원량이 세계 평균의 25%에 불과해 세계 13대 물 부족 국가에 속한다.
/시닝·란저우·뤄양=글·사진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 서부대개발 경제적 기회
중국 서부대개발 사업은 3단계로 나뉘어 2050년 완성될 예정이다. 2015년까지인 1단계는 서부와 동부의 경제격차를 더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데 중점을 둔다. 2030년까지 2단계는 동부와의 경제격차 해소, 3단계에서는 동서부의 수준을 비슷하게 맞출 계획이다.
현재 1단계에서는 교통망과 에너지 관련 시설, 도시재개발 등 인프라 확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 3단계에서는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내외 투자 유치 확대, 고용증가를 통해 서부의 구매력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게 된다. 서부대개발이 한국에 주는 기회도 이 같은 단계적 계획과 무관할 수 없다. 1단계에서는 인프라 사업에 적극 참여하면서 각 성이나 자치구의 중점 개발산업에 대한 투자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인프라 사업은 항목에 따라 지방과 중앙정부의 관할권이 명확히 구분돼 있다. 석유·천연가스를 동부로 수송하는 서기동수(西氣東輸) 파이프라인 건설과 양쯔(揚子)강 물을 북부로 끌어오는 남수북조(南水北調) 사업은 중앙정부가 담당한다.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한국기업은 상대적으로 국제적 지명도가 낮아 불리한 위치에 있다. 박진형(朴晉亨) 대한투자무역진흥공사(KOTRA) 베이징(北京) 관장은 "대규모 프로젝트에는 한국기업이 외국기업의 하청 수주를 모색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로나 농업기반시설, 부동산 개발 등 지방정부가 주관하는 사업은 단위가 상대적으로 작고 자금회수 기간도 짧아 한국기업에게 유리하다. 칭하이(靑海)성의 경우 매년 10만㎡씩 8년에 걸친 부동산 개발과 주거개선 사업을 시행중이다. 칭하이성 당국은 외국기업에 내국민 대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은 토지 무상제공과 소득세 면제혜택이 주어진다.
소비시장으로서 서부지역은 일단 대도시를 공략해야 한다. 대도시라 하더라도 지역별 편차가 심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청뚜(成都)에는 명품 전문점까지 있지만 시닝(西寧)이나 티베트 라싸는 백화점 수준도 변변치 않다. 서부지역에서 판매되는 해외 브랜드 제품은 일부분 직수입품을 제외하면 중국에서 생산된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직수출한 제품은 가격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시닝·청뚜·라싸=배연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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