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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우리아이 속마음 "아하, 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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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우리아이 속마음 "아하, 그랬구나"

입력
2003.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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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다니는 김모(32·여)씨는 두달 전부터 다섯 살된 아들에게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아이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더니 정서불안 판정을 내렸다.그림이란 아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지 알려주는 만국 공통 언어다. 특히 논리적 사고력과 언어 구사력이 발달하지 않은 11세 이하의 아이들은 자신의 소망, 감정, 생각, 관심을 그림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언어로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그림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국에서 1960년대부터 아이들의 심리를 검사하는 데 그림을 이용하는 이유다.

그림 검사란 그림을 통해 아이의 심리를 분석하는 것으로, '집 나무 사람 검사'(HTP)와 '가족 그림 검사'(KFD)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검사방법은 간단하다. 아이들에게 A4용지 크기의 흰 종이와 연필, 지우개를 주고 주제를 준 다음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도록 하면 된다. 다만 HTP는 집, 나무, 사람을 주제로 하고, KFD는 가족을 주제로 하는 것이 다르다.

단 검사 도중 아이가 어떤 질문을 해도 일관되게 "네 마음대로 그리면 된다"고 얘기하고, 특정방향으로 유도하거나 도와주어서는 안 된다.

HTP검사에서 집 그림은 가정생활이나 가족관계에 대한 생각과 감정, 소망 등을 투영한다. 창문을 많이 그리면 자신을 개방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와 남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다. 또 나무 그림에는 무의식 속의 자기 모습이나 성격이 드러나고, 사람 그림에는 일상생활 속에서 인식하는 자신과 타인의 모습이 투영된다.

아이가 발달장애나 성격장애 등을 겪고 있는지 여부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우선 그림을 그리는 순서가 이상하면 성격장애나 발달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또 그림의 크기로도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종이의 3분의 2 정도 크기로 그리는 것이 정상이며, 너무 작게 그리면 수줍음이 많고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너무 크게 그리면 공격성이나 충동성이 강하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일 수도 있다.

KFD는 가족을 그리게 해 인물의 행동과 움직임을 중점적으로 해석하는 검사다. 아이는 자신에게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가족 구성원을 솔직하게 묘사한다. 가족 구성원 간의 힘의 분포와 친밀도, 단절감 등을 엿볼 수 있다. 가령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을 그리지 않았거나 뭔가 다른 구성원과 다르게 그렸다면 아이가 그에게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신민섭 서울대 의대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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