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아.엄마는 지난 7일 온종일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길거리에서 카네이션 장사를 했었다. 장맛비마냥 내리는 비 때문에 꽃은 안 팔리고 꽃바구니는 바람에 쓰러지고…. 갑자기 꽃장사 생각은 왜 해 이 고생인가 후회막급이었어. 사실 너에게 책 한 권이라도 사 줄까 하는 욕심으로 한 일인데 날은 저물고 그대로 쓰레기가 돼버리고 말 꽃들을 보니 눈 앞이 캄캄하더구나.
그런데 네 또래인 학생이 와 꽃 바구니 값을 좀 깎아 달라는 거야. 문득 네 생각이 났어. 작년 어버이날 꽃바구니가 너무 비싸 깎다가 결국 조화 한 송이만 사왔다며 넌 많이 미안해 했었지. 그 모습이 떠올라 꽃바구니 두개를 아주 싸게 해 주었어. 그 아이가 고맙다며 어찌나 좋아하던지. 풀 죽어있던 엄마 맘도 덩달아 좋아졌단다. 어쩐 일인지 그 후 장사가 잘 돼 꽃바구니를 다 팔았어. 온종일 비를 맞아 몸살이 나려는지 집에 오자마자 네가 오는 것도 보지 못하고 잠이 들었지.
다음날 아침 눈을 뜨고 깜짝 놀랐어. 화장대 위의 작은 카네이션 꽃바구니와 "엄마. 힘내. 나도 열심히 공부할게요" 라는 쪽지. 갑자기 콧등이 찡하더라. 넌 엄마가 꽃 장사 했으리라곤 짐작도 못했을 테지. 차마 너에게 말할 수가 없었어. 내가 새벽에 장사하는 것도 몹시 맘에 걸려 하는 너 아니니. 고3이 된 뒤 더 말이 없어지고 초췌해진 모습에 엄마 가슴이 늘 메인단다.
학원도 못 보내고 영양제는커녕 부실한 반찬에 학비 걱정하는 모습까지 들킨 엄마인데도 기 안 죽고 반듯하게 자라줘 고마운 내 아들. 너무도 기특하고 고맙다. 맘속으론 항상 꽉 차있는데 정작 네 앞에서는 차마 고맙다는 얘길 할 수가 없더구나. 어쩐지 그럼 엄마가 더 미안할 것 같아서…. 요즘 한층 예민해지고 밤 늦도록 공부하느라 축 처진 네 어깨를 보면 한편으론 대견하고 한편으론 가엾기도 해서 엄마는 어쩔 줄 모르겠어.
우리 좀 멀리 내다보자. 그리고 네 말처럼 우리 힘내자. 너도 공부 열심히 해 대학에 합격하고 엄마도 있는 힘을 다해 열심히 살아갈게. 우리가 손잡고 버거운 삶의 무게를 나누어지고 가다 보면 지금의 시련도 감당할 만 했다고 할 날도 오겠지? 그렇지? 언젠가는 우리에게도 비온 뒤의 갠 날처럼 화창한 햇살이 비추리라 한번 믿어보자.
먹고 사는 일에 쫓겨 버둥거리는 모습만 보여주는 엄마는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네가 있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단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정말 고맙다. 힘 내. 화이팅.
/이영희(49)·서울 마포구 염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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