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황&리 경희한의원' 황치혁(41) 원장은 여느 한의사와는 사뭇 다른 경력의 소유자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기자 생활을 하던 중 사표를 내고 한의대로 진학, 종합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처음 한의사가 된 것도 드라마틱하지만, 남다른 이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의원내에 수험생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더욱 독특하다.1989년 언론사에 입사, 경제부 체육부 등에서 소위 '촉망받는'기자로 활약하면서도 인체의 자가면역 기능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황 원장은 한의학을 보다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1994년 회사를 그만뒀다. 당시 주변 사람들은 황 원장이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버리고 새삼스레 대학 입시를 준비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게다가 결혼해 두 딸까지 둔 가장으로서 가족부양을 책임져야 할 그였기에 격려보다 우려가 더욱 많았다.
그는 입시를 준비한 지 3년 만인 1997년 서른 다섯이라는 늦은 나이에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대학 입학시험에 합격의 기쁨도 잠시뿐 늦깎이 대학생활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가족 부양 뿐 아니라 자신의 학비조달 책임까지 떠안게 된 그가 택한 것은 과외교사. 그는 97년부터 한의사가 된 올해 초까지 6년간 강남 등지를 중심으로 밤낮없이 뛰었다. 다행히 '명문대를 나온 기자 출신'이라는 경력이 뒤를 받쳐주고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는 남다른 학습법이 입소문을 타면서 그는 한때 '강남에서 잘나가는 고액 과외 교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올해 초 대학을 졸업한 그는 강남에 한의원을 개업하면서 그동안 과외교사로 학생들을 지도하며 얻은 경험을 한의학에 접목시켜 보기로 결심했다. 강남이 '교육특구'인 이상 이 지역에서의 모든 비즈니스는 교육을 떠나 생각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황 원장은 학생들의 건강 전반을 진료하고 공부방법을 컨설팅을 하는 '수험생 클리닉'을 개설했다. 최근에 펴낸 '수험생 어머니들이여 프로매니저가 되라'(황&리출판사)는 책도 그 일환. 그 자신도 동기부여를 잘해 고교 시절 전국 2만8,000등이던 성적을 단시일 내에 500등 이내로 끌어올려 서울대에 무난히 합격한 일화를 갖고 있다.
그는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는 맹모삼천(遷)지교보다 맹모삼독(讀)지교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올바른 공부방법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고, 그렇게 해야 사교육비를 줄이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보약에 대해서도 여느 한의사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수험생 자녀를 둔 많은 어머니들이 으레 보약을 먹여야 하는 것으로 아는데 실제로는 절반 정도만이 보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언제나 남들과 다른 길을 걸으며 자신이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온 그가 앞으로 또 어떤 도전을 할지 궁금하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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