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뭐니 해도 3D 부문에 외국의 저임금 노동자가 몰려오는 나라에서 첨단산업 부문에 외국의 고급 인재가 몰려오는 나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필자가 정부에 있을 때 적극 밀어붙여 만든 것이 골드 카드제이다. 이것은 일정한 과학기술적 자격을 가진 인재들이 자유롭게 한국을 출입할 수 있고, 취업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종래의 블루 컬러나 화이트 컬러를 넘어선 골드 컬러의 대두와 이들 인재의 국제 유동화 시대에 대응하는 인재유치전략의 일환이었다.그때 우리는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나노기술(NT) 등 외국에서 쓰지도 않는 신기술 산업 개념까지 처음 만들어 그 분야의 외국전문인력을 유치하고자 했던 것이다. 원래 5년 기한으로 하여 곧바로 영주권을 얻을 수 있도록 추진했다. 그러나 필자가 물러난 후 2년 기한으로 그것도 e-비즈니스 인재로 제한되어 실시되었다. 현재 이 제도로 인도의 e-비즈니스 전문가 수백명을 비롯하여 많은 외국인 전문인력을 유치하여 활용하고 있다.
당시 우리는, 다른 유인제도를 덧붙여 3년동안 각 기술 부문에 걸쳐 1만명 정도의 고급기술인력 유치를 목표로 하였다. 최근 싱가포르가 세계 일류 BT 전문인력 4,000명 유치계획을 세운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지금은 외자유치 못지않게 외국 인재 유치전략이 중요하다. 인재, 정보, 돈이 다 중요하지만 인재가 몰려오면 다른 두 가지는 딸려 오게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국의 골드 카드제가 아시아 각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며칠 전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동아시아 경제통합회의에서 필자는 골드카드제를 동아시아에서 공동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제기했다. 여기에 일본 중국 태국 측에서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중국은 미국식 그린 카드제를 도입하고자 하나 영주권 문제가 맞물려 주저하고 있는데 골드 카드제로 가면 그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고 했다. 동아시아 각국이 공동 자격심사를 통과하면 공동인증으로 공동 골드 카드를 발급할 수 있고 이 카드를 가진 인재들은 동아시아 각국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첨단기술산업 부문에 취업할 수 있다.
골드 카드제로 고급기술인력의 자유 이동이 보장되면 그것은 제한된 범위의 공동시장(Common Market)의 형성을 의미한다. 이것은 동아시아 신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첩경이기도 하다.
철새는 동아시아 전체를 삶의 공간으로 기후 변화에 따라 적절히 이동하면서 산다. 그런데 국민국가 개념이 이런 넓고 자연스런 공간을 인위적으로 제약했다. 그것을 원래 '철새공간'으로 복원하려는 것이 동아시아 경제통합이고 경제통합의 첫걸음이 동아시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철새공간에서는 모든 기업도 철새화하고 모든 인력도 철새화한다. 이러한 인력 중 전문기술인력에게 동아시아 공동 골드 카드제를 실시하면, 신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FTA를 넘어선 공동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동아시아 FTA, 동아시아 통화스왑(swap), 국제통화기금의 동아시아판인 아시아통화기금(AMF), 동아시아 채권시장 형성 등 다양한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흐름이 있다. 여기에 동아시아 골드 카드제를 추진해 볼 수 없을까 하는 것이다.
먼저 정부는 현재 2년 기한인 골드 카드제의 기간을 배 정도로, 가능하다면 5년 기한으로 연장하고, 분야를 e-비즈니스에서 IT, BT, NT 등 각 분야로 확대하여 실시하되 외자유치에 준하는 각종 혜택을 적극 연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제도를 동아시아 공동의 제도로 확대함으로써 동아시아 경제통합 무대에서 한국의 소외현상을 극복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인재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최근 싱가포르는 도쿄대의 세계적 바이오 석학 교수팀 7명을 몽땅 스카우트하여 화제가 되고 있는데 우리는 또 어떤 화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김 영 호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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