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갔다. '조영남씬 천재예요' 라는 제목의 책에 눈길이 끌렸다. 책 표지에는 피에로 모습을 한 조영남의 얼굴이 있다. 그것도 우습고 재미있다. 선택의 여지없이 그 책을 집어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꾸밈없고 거침없이 쓰여진 글들이 조영남에게 매력을 느끼게 한다. 책을 통해 그의 속내까지 이해하게 된 듯해 이제 나는 조영남의 팬이 되었다.얼마 후 SBS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의 '스타 인간 극장'에 조영남 이야기가 나왔다. 조영남의 팬이 된 나는 그 방송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의 팬이기 전에 TV에서 그를 설렁설렁 보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책을 통해 읽었던 그의 모습을 TV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 즐겁다. 수녀님 앞에서 서슴없이 바지를 갈아입는 식의 기이한 행동도 그에게 빠져 버린 나에게는 이해가 된다. 책에서도 읽을 수 있었던 여자에 대한 생각과 딸 은지에 대한 감정, 두 번의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방송에서 또 반복되었지만 그의 솔직한 모습으로 비쳐져 반감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후 KBS1 '아침 마당'에 이미자와 함께 조영남이 출연했다. 이미자씨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지만 중간중간 조영남의 이야기도 이어진다. 이번에도 또 두 번 이혼하고 위자료를 준 이야기가 나온다. 이제는 서서히 식상한 느낌이 든다.
또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무심히 돌려 본 KBS2 '행복 채널'에 조영남이 또 출연했다. 이번에도 역시 여자, 그림, 딸, 이혼 등 그가 다른 채널을 통해 이야기했던 내용이 망라돼 나온다. 거기에다 전에 '행복 채널'에 출연해서 이야기했던 모습까지 재구성해서 보여 준다. 그에 대한 모든 것이 다 보여진 시간이었지만 지금까지 들어 왔던 그의 이야기와 다른 내용은 거의 없었다. 식상함을 지나 실망과 반감이 은근히 치민다. 얼마 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리모컨으로 손이 간다. 급기야 다른 채널로 돌리고 만다. 내가 얼마나 좋아했던 조영남씬데….
서론이 너무 길었다. 비슷한 시간대의 유사한 프로그램에 중복 출연하는 연예인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연예인의 지나친 중복 출연은 가장 먼저 그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 또는 시청자에게 실망을 안길 가능성이 있다. 매번 나와서 얼마나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기 십상이고 시청자는 곧 지루함을 느끼고 식상하게 된다. 이는 팬과 시청자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연예인 자신에게도 치명적 손실이다. 말 잘하는 연예인을 모셔다가 시간을 메워 보려는 안일한 제작 태도로 비쳐져 제작진의 노력과 성의가 무색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시청자, 연예인, 제작진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비슷한 시간대의 유사 프로그램에 같은 연예인이 중복 출연하는 일은 이제 연예인과 제작진 스스로 알아서 자제해 주면 안 될까? 내가 참 좋아하는 조영남씨를 선두로 해서 말이다. (조영남씨의 '대∼한민국 태극기'전을 축하하며)
/맹숙영·방송모니터 www.goodmonitor.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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