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삼사십 년 전에 이런 대회가 있었다고 한다. 이름하여 '빵 중심까지 먼저 가기 대회'. 어마어마하게 큰 빵이 있고 중심에 깃발을 꽂기 위해서는 껍질과 속살, '앙꼬'를 통과해야 했다. '앙꼬'는 일본말이고 우리말로 '팥소'라고 해야 맞겠지만 그때 들었던 단어가 앙꼬였으므로 그대로 불러보겠다.세계 각국, 각 민족, 각 집안에서 각각의 명예를 걸고 수백 팀이 참가했다. 팀마다 자기들에게 유리한 장비며 도구를 썼는데 폭약을 터뜨리다가 팀 전체가 날아가기도 했고 굴착용 드릴을 쓰는 도중 동력이 떨어져 포기하는 팀도 나왔다. 오로지 맨 손으로 빵을 파서 먹어가며 길을 뚫는 위대(謂大)한 인물들도 있었다.
우리 편은 곡괭이와 삽만 쓰는 평범한 팀이었다. 밤낮없이 뚫고 또 뚫은 지 사흘 만에 드디어 팻말을 하나 발견했으니 '중간지점'이 그것이었다.
다시 이틀 뒤에 또 하나의 팻말을 발견했는데 거기에는 '거의 다 왔음. 앙꼬까지 40만㎝'라는 말이 씌어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인생에서 찾는 본질(팥소)은 어쩌면 도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달콤하진 않을지라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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