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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노무현이 만날 링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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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노무현이 만날 링컨

입력
2003.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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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 대통령은 두 나라 역사상 가장 진지한 한미 정상회담을 벌인다. 덕담의 소재로 가장 적합한 것이 에이브러햄 링컨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링컨은 미국의 대통령 중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이다.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두 곳에서 링컨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한 곳은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의 벽에 걸린 링컨의 초상화이고, 다른 한 곳은 링컨 기념관의 대리석상이다. 미국의 조야에 민족주의자로 알려진 한국 대통령이 링컨을 가장 존경하여 책까지 썼다는 것이 알려지면 미국인들에게는 색다른 관심이 될 것이다.■ 개인적인 추측을 말한다면 링컨에 대한 정서적 이해는 부시보다 노 대통령이 더 강할지 모른다. 링컨은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못하고도 변호사가 되었고, 대통령에 당선될 때까지 겨우 한번 하원의원을 지낸 것밖에 변변한 경력이 없을 정도로 정치적 실패를 거듭했다. 그는 지배층을 형성했던 동부해안 출신이 아니라 서부 개척지에서 나온 변방출신 대통령이었다. 노 대통령과 상당히 흡사하다. 노 대통령이 쓴 링컨 평전(評傳)을 보면 그가 링컨을 존경하게 된 것은 이런 성장의 유사성만은 아니다. 연방을 통합하고 '정의'를 성공시킨 정치인이라는 점에 감복하고 있다.

■ 한국인과 미국인은 일반적으로 링컨의 업적을 보는 눈이 다르다. 한국인은 링컨을 평할 때 노예해방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미국인은 연방의 분열을 막은 대통령으로서 그를 존경한다. 광대한 영토에 노예제를 놓고 경제적 이해관계가 첨예했던 140년전 미국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미국이 분열되지 않고 통합된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미국 육사박물관에는 같은 졸업동기생이 북군과 남군으로 갈리어 생사를 건 전투를 벌인 기록이 생생하다. 원인은 다르지만 한국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 미국이 통일되지 않았더라면 20세기 역사는 다른 길을 걸었을 테고 우리 역사도 달라졌을 것이다.

■ 통합과 분열은 어떤 국가나 조직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 나라가 분열되는 원인은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이를 통합하는 것은 지도자의 지고한 역할이다. 이런 관점에서 노 대통령에게 지워진 통합의 짐은 참으로 무겁다. 거듭되는 민주적 정권교체와 더불어 통합의 컨센서스(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정치와 사회가 더욱 극단적인 대립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의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성공조건은 통합인 것 같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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