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1일 출국행사를 생략한 채 대통령으로서는 물론, 개인으로서도 처음인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이날 서울공항에서는 고건(高建) 총리 정대철(鄭大哲) 민주당 대표 문희상(文喜相)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 조영길(曺永吉) 국방·김두관(金斗官) 행자부 장관 내외 등이 노 대통령을 환송했지만 나머지 국무위원들은 공항에 나오지 않았다. 실무외교를 강조한 노 대통령이 환송 인원의 최소화를 요청한 탓이다. 그는 특별한 말없이 참석자들과 악수한 뒤 곧바로 대한항공 특별기에 탑승했다. 노 대통령은 10일 참모들과 방미일정을 직접 점검하면서 "큰 욕심을 부리지 말자"며 "우선은 양국간 신뢰를 회복하는 게 주안점"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화물연대 시위와 관련한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 국내 현안을 챙겼다. 회의에서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은 노 대통령에게 꽃다발을 선물, 성공적 방미를 기원했다.
출국 직전에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중인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에게 문안 전화를 걸었다. 노 대통령은 통화에서 "편찮으시다고 들었는데 좀 어떠시냐. 쾌유를 빈다"고 말했고, 김 전 대통령은 "큰 성공을 거두기 바라며, 역량 있는 분이니 잘 하시리라 믿는다"고 화답했다.
정치권도 여야간은 물론, 당 내부의 정쟁 중단을 약속하고 대미 정상외교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좋은 성과가 나오기를 국민과 함께 기원하면서 대통령의 방미기간에는 외교·안보·국방에 관한한 초당적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는 이날 개인성명에서 "노 대통령의 방미기간에는 정상외교에 조금이라도 지장을 줄 수 있는 행동을 정치권부터 자제해야 한다"면서 "이번 방미는 한미관계를 재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인 만큼 여야 정치권과 국민 모두 국익 차원에서 성원을 보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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