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찜통더위가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김 나는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이 고역인 계절이 찾아왔다. 더워서 짜증나고 축축해서 괴로운 여름 식탁을 시원하게 바꿀 방법은 없을까? 식탁보나 작은 소품 하나만 신경 써도 후텁지근한 식탁이 한결 산뜻해진다.식탁보와 러너 활용해 시원하게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은 식탁보를 바꾸는 것. 두껍고 어두운 제품을 걷어내고 가볍고 밝은 식탁보를 깔면 분위기가 시원하게 살아난다.
여름에 가장 좋은 소재는 마(린넨). 살에 닿아도 끈적이지 않고 성글게 짜여 있어 여유 있어 보인다. 단 세탁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유리를 깔아 때가 타는 것을 방지하도록 한다. 전체 식탁을 커버하지 않더라도 마 소재 테이블 러너(식탁 가운데 늘어뜨리는 천)를 가로로 두세 개 늘어뜨리면 세련된 느낌을 준다. 러너의 끝부분에 투명하고 작은 비즈(구슬)를 달면 빛이 반사돼 독특한 효과를 낸다.
푸른색 계열은 시원하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일반적으로 '맛없다' 혹은 '쓰다'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다른 색상과 섞는 것이 좋다. 가장 무난한 색상은 흰색. 식탁보의 주색상을 흰색으로 하고 테이블 러너를 푸른색으로 하는 등 포인트로 활용하는 편이 낫다.
테이블 코디네이터 이지현씨는 "음식이 닿는 부분에 짙은 푸른색이 있으면 식욕을 떨어뜨리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꼭 쓰고 싶다면 레몬 껍질 같이 푸른색과 대비되는 노랑색을 매치해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매트, 수저 등 소품도 여름용으로
식탁이 옅은 색 나무거나 흰색 플라스틱이라면 식탁보를 깔지 않는 편이 오히려 시원해 보인다. 대신 여름용 매트를 활용한다. 룸앤데코 디자인실 이명봉 실장은 "가벼운 마나 등나무, 혹은 면과 등나무를 섞어 짠 개인용 매트는 식탁의 전체 느낌을 가볍게 한다"고 말했다.
겨울에 쓰던 무거운 은수저 대신 장미목 같은 나무나 아크릴 수저를 활용하는 것도 식탁의 온도를 낮추는 방법이다. 특히 나무 수저는 여름용 식탁보나 매트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이 장점. 젓가락 받침으로 흰 조약돌이나 조개 껍질을 놓으면 물가에 있는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
투명한 유리 어항이나 꽃병도 식탁 위에 청량함과 산뜻함을 동시에 더할 수 있는 방법이다. 투명한 어항이나 꽃병의 반쯤 물을 담고 그 위에 옅은 파스텔톤의 양초나 꽃잎을 띄우면 훌륭한 여름용 식탁장식이 된다. 납작한 꽃을 짧게 잘라 띄우거나 분홍색 장미 꽃잎을 몇 개 곁들여도 예쁘다.
단 생화는 줄기에서 떨어진 후 오래 가지 않으므로 조화를 띄우는 게 관리하기 쉽다. 식탁 위에 아이비 같이 늘어지는 관엽식물을 놓아도 싱그럽다.
유리와 바구니로 싱그럽게
여름용 식기의 최고는 역시 유리. 매일 마시는 물이라도 늘 쓰던 페트병 대신 유리병에 담으면 훨씬 시원해보인다. 여기에 얇게 자른 레몬이나 허브 잎 등을 띄우면 금상첨화. 두꺼운 머그잔 대신 유리컵을 쓰고 김치나 나물 등 반찬도 유리에 담으면 한결 산뜻하다. 아예 얼음처럼 조각한 유리 식기도 많이 나와있다.
재활용 유리는 일반 유리 가격의 70% 선으로 저렴하고 자연스럽게 엷은 푸른빛까지 띄어 여름에 더욱 인기다. 양식을 먹을 경우 커다랗고 편편한 유리 접시를 매트 대신 깔고 그 위에 메인 접시를 얹는 것도 더운 날을 위한 아이디어다.
밀짚모자처럼 얼기설기 나무로 짠 바구니도 여름 식탁용 소품으로 활용도가 높다. LG데코빌 디자인실 범승규씨는 "바구니에 밝은 색상의 천을 깔고 빵이나 과일을 담아 두면 마치 풀밭에서 식사하는 것같은 기분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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