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한 북미중 3자 회담에 우리나라가 불참한 것에 대해 "형식에 구애받을 필요가 있느냐. 실리를 얻으면 되지 않느냐"고 설명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3자 회담에 우리 나라가 굳이 참가할 것을 고집한다면 회담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리가 있다.그런데 여기에는 우리가 회담에 참가하지 않으면 실리를 얻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양보했으니 뭔가를 얻는다는 논리는 언뜻 합리적으로 들린다. 과연 그럴까. 김영삼 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1994년 제네바 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의 핵 동결을 얻어내는 대가로 북한에 경수로 원전을 지어주기로 합의하고, 그 비용의 70%(32억 달러)를 한국에게 전가했다. 당시 여론은 김영삼 대통령을 '깡통'이라고 비난했다. 쌀과 비료를 지원하던 판에 국민 1인당 100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니 여론이 분노한 것이다.
당시의 대북한 지원 결정은 우리 정부가 참가하지 않은 제네바 회담의 결과였다. 본시 회담에 당사자로 참가하지 않으면 자기 이익을 관철하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국가 예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자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북한 주민이 굶주리고 있고 전기도 부족하니 동포애의 차원에서 지원하자고 했다. 그러다가 위환위기를 당했다.
노 대통령도 지금 명분을 포기하고 실리를 취하자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결과가 우리 예측대로 된다는 보장이 없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도 회담 형식에 구애받지 않아도 우리가 실리를 얻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 껍데기 없이 알맹이만 먹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기왕에 내려진 결정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는 실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제 정세는 우리가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 희망대로 전개되지 않는다. 상대를 제압할 우리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의 핵도, 전쟁도 막아야 하는 절대 과제를 안고 있다.
만약 3자 회담의 어느 당사국이 한국민에게 북한 핵과 전쟁을 없게 해주었으니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논리를 들이대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청와대와 외교부가 우리의 논리 개발에 어느 정도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공 석 하 "소설 이휘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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